“야스쿠니 참배 여부에 촉각”…다카이치, 한일관계 새 국면 맞나
동북아 정세 격랑 한가운데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 자리에 오르면서 한일관계가 새 분수령을 맞고 있다. 한일 역사·영토 갈등과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 등 민감한 이슈를 둘러싸고 차기 외교 방향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21일 자민당 내 연립정권 구성에 매진하는 한편, 이달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야스쿠니신사 추계 예대제 기간에는 참배 대신 공물을 봉납했다. 그는 과거에는 "총리가 되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겠다"고 밝혔으나, 최근에는 "적절히 판단하겠다"며 입장에 신중한 기조를 보였다. 아사히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외교적 배려가 작용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그가 현직 총리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지 여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다카이치 총리의 행보에 대해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의 매파적 성향과 보수층 결집을 위한 상징적 행보가 한일관계를 다시 긴장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면,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밀착으로 동북아 위기감이 고조된 만큼, 한미일 3국 협력과 양국 셔틀외교가 우선시 될 것이란 시각도 등장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토론회에서 "일미 동맹과 함께 한국, 필리핀 등과의 협력 심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외교적 유연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특히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일본 각료 파견 논의와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가 장관급 인사 참석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점은, 역사·영토 이슈에서 강경 노선이 재개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내 극우 인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보수층의 요구를 쉽게 외면하기 어려운 처지"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전 총리가 마련한 ‘셔틀외교’ 틀이 향후 한일관계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본이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모색하는 상황에서, 중국 역시 다카이치 내각의 외교 행보를 주시하며 삼국 협력 구조 조정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정치권과 외교가는 다카이치 총리의 향후 야스쿠니신사 참배 및 한일 간 역사·영토 현안에 대한 구체적 입장 표명이 한일관계의 격변 여부를 판가름할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APEC 정상회의와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등 주요 외교 일정을 계기로 외교적 유연성을 확대할지 검토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