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환율 동반 급락의 그림자”…한국은행, 5월 수입물가 1년6개월만 최대 하락→시장 불안 고조
초여름의 바람이 경계를 허물 듯, 세계 시장도 예기치 못한 변화의 흐름에 휩싸였다. 5월, 한국은행이 고요 속 폭풍처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서 수입물가는 국제유가와 환율의 동반 하락에 이끌려 한층 깊은 아래로 내려앉았다. 그 하락폭은 시간의 구비를 돌아, 무려 1년 6개월 만에 가장 가팔랐다. 시장의 체온은 빠르게 식어만 간다.
5월 수입물가지수(2020년=100, 원화 기준)는 134.63으로, 지난 4월의 139.82에서 3.7%가 빠졌다. 이는 2023년 11월 이래 가장 큰 낙폭이다. 연초부터 이어진 하락 곡선은 2월부터 내리 넉 달 동안 멈추지 않았고, 그 내면에는 국제 금융과 원자재의 동요가 날카롭게 새겨져 있다. 금속과 에너지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원재료 가격이 5.5% 내려, 전체 하락의 파고를 주도했다. 광산품과 석탄·석유제품, 그중에서도 원유 가격은 9.2%가 깎여나갔다. 무연탄과 커피, 알루미늄 등도 일제히 가격이 미끄러져 내리면서, 에너지와 원자재를 품은 산업 전반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한국은행은 이번 하락세의 근저에 국제유가 하락과 원화 강세, 두 축이 교차했다고 분석한다. 5월 국제시장 두바이유 평균은 4월 대비 5.9% 내렸고, 원/달러 환율 역시 3.4% 떨어져 1,394.49원으로 낮아졌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수입물가를 압박하며, 세계 원자재 가격의 흐름이 환율과 맞물려 한반도 경제에 또 한 번의 파장을 남겼다.
수출물가지수 역시 128.56으로 3.4% 내려, 두 달 연속 하락세에 들어섰다. 화학제품과 석탄·석유제품, 이차전지, D램 등 첨단 부문의 가격도 줄줄이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수요 변동과 기술 경쟁의 소용돌이, 에너지 가격의 불안정이 복합적으로 교차한 결과다.
달러 기준 무역지수에서는, 수입물량이 소폭 늘었음에도 금액은 크게 줄었고, 수출 역시 같지 않은 온도의 변화 속에서 복잡한 곡선을 그렸다. 그럼에도 순상품교역조건지수, 즉 수출입 가격비는 23개월 연속 개선세를 보였으나 이것마저도 일시적 안도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교차한다.
이문희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의 말처럼, “6월 들어 두바이유 가격이 오르고, 환율은 계속 하락 중”이라며 중동 정세 등 불확실성도 커졌다. 앞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 환율, 지정학적 위험이 이루는 미세한 파동에 따라 한국 물가 지표도 요동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수입·수출물가의 연쇄 하락은 산업계와 소비자 모두에 긴 여운을 남기고 있으며, 국제시장은 숨어든 새로운 파동을 주시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의 변동성이 삶의 터전을 흔드는 새벽, 시장은 다시 한 번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