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물 국채금리 5.047%로 치솟아”…뉴욕증시, 대형 기술주까지 하락세 확산
미국 재무부가 실시한 20년물 국채 입찰 결과가 시장의 평온을 깨뜨리며, 뉴욕증시에 짙은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160억달러 규모로 진행된 이번 입찰에서 발행금리는 5.047%로 결정돼, 불과 한 달 전보다 23.7bp나 올라섰고, 이는 2023년 10월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동요를 키웠다.
20년물 국채 금리의 예상 밖 급등은 이른 오후까지 평온했던 매수세를 순식간에 끌어내렸고, 대형 투자자들은 방향을 바꿔 시장 전반에 매도를 퍼부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 500지수는 1.61% 하락한 5,844.5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도 1.41% 떨어진 18,872.64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하루 만에 817.23포인트(1.91%) 빠져 41,860.01까지 미끄러졌다. 주요 지수들이 나란히 하락한 가운데,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15.42%나 급등하며 20.88을 찍었다. 투자자들은 갑작스럽게 요동친 위험회피 심리에 대응해 해지 상품 매수에 몰렸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https://cdn.presscon.ai/prod/129/images/resize/800/20250522/1747862811155_115898111.webp)
이번 국채 입찰의 충격은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첫 쿠폰금리 국채 입찰이라는 배경과 맞물려 무게감이 더했다. 월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감세법안의 영향력과 연방정부 재정에 쏠리는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됐다고 분석됐다. 스파르탈캐피털증권의 피터 카딜로는 “우리는 지금 가라앉고 있다”는 말로 현장의 공기와 불확실성을 전했다.
업종별 흐름 역시 대부분이 하락으로 물들었다. 통신서비스를 제외한 전 업종에서 약세가 이어졌고, 특히 금융, 헬스케어, 부동산주는 2% 넘게 떨어졌다. 기술주 역시 무거운 조정에 직면했다. 알파벳이 인공지능 기대와 신제품 공개 소식에 2.79%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매그니피센트7’ 초대형 기술주들은 대부분 2% 내외 하락률을 기록했다.
서학개미의 대표 투자처인 테슬라는 2.69% 내린 334.58달러에 마감했다. 엔비디아는 1.96% 하락한 131.74달러로 거래를 끝냈고, 팔란티어 테크놀로지는 4.02%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거대 플랫폼 기업 역시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변동성에 취약한 레버리지형 ETF마저 5% 이상 빠지며, 불안정한 시장의 흐름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국내 서학개미 투자금도 빠르게 위축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5월 21일 기준 미국 상위 50종목의 보관금액 총액은 5,136억원 줄어든 126조 7,3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순한 시세 하락을 넘어, 불확실성에 따른 추가 자금 이탈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의미한다. 테슬라의 보관액이 소폭 늘었으나, 하락장 영향이 실시간 반영되지 않은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개별 종목별 악재도 연이어 터져 나왔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HSBC의 투자의견 하향에 목표주가가 45% 가까이 떨어지자 6%의 낙폭을 기록했다. 타깃은 1분기 실적 부진, 팔로알토는 매출총이익 부진 여파로 각각 5%, 7% 이상 밀려났다. 나이키 고가 제품군 가격 인상 검토 소식 또한 시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필립스66은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이사회 의석 확보를 노리며 주가가 하루 만에 7% 이상 빠지는 등, 경영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단기 매도 압력으로 이어졌다.
다만, 일부에서는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이 유지되는 모습도 관측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71.2%로 전일과 변동이 없었다. 거시금리 변수보다는 재정 리스크가 주요 불안 요인으로 머무르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뉴욕증시의 충격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을 넘어, 미국 재정 건전성과 국채시장에 대한 신뢰, 정책 리스크가 함께 뒤엉킨 복합적 위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투자자와 기업, 소비자 모두 앞선 변동성에 대비하는 신중한 전략과, 향후 국채 입찰 일정을 비롯한 정책 변화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다가오는 국가 예산 협상과 세제 논의가 또 다른 불확실성의 파동을 불러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