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형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 80% 효율”…대웅, 비만 치료제 상업화 탄력
패치형 약물이 비만 치료제 투여 방식을 크게 바꾸고 있다. 대웅제약과 자회사 대웅테라퓨틱스가 자체 개발한 세마글루타이드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인체 적용 연구에서 주사제의 80%를 넘는 생체이용률을 달성했다. 기존에 주사만 가능했던 GLP-1 계열 비만치료제 투여 방식에 혁신적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약물전달 효율과 복약 편의성 측면에서 상업적 파급력이 기대된다. 업계는 이번 성과를 비만약 시장 내 ‘차세대 약물전달 기술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은 13일, 자체 약물전달 플랫폼 ‘클로팜’을 적용한 세마글루타이드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글로벌 최초로 인체에 적용된 초기 시험에서 주사제 대비 80% 이상의 상대적 생체이용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은 바늘이 미세하게 피부에 닿은 뒤 녹으면서 약물을 방출하는 용해성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 패치’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피부 표면의 진피까지 적정량의 약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에 비해 차별화된다. 실제 실험은 건강한 성인 70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동일한 유효 성분(세마글루타이드)을 각각 마이크로니들 패치와 피하주사 형태로 투여한 뒤 혈중 약물 농도의 변화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주사 대비 80% 이상의 효율로 약물이 체내에 흡수됐다. 이는 마이크로니들 기반 기존 약물들이 평균 30% 내외의 저조한 흡수율에 머물렀던 것과 대비되는 최고 수준이다. 구강 복용제와 비교하면 약 160배 높은 생체이용률로, 경구 약물의 한계를 뛰어넘었음이 구체적으로 입증됐다. 또한 약물의 혈중 농도가 1주일간 안정적으로 유지돼 주 1회 투여가 가능한 제형 개발에도 근거를 마련했다. 패치형 제제 특성상 통증이나 주사 부작용 부담이 줄어드는 동시에 복약 편의성은 크게 개선된다는 평가다.
비만약 시장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지난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약 22조원 규모로 집계했으며, 2030년에는 83조8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약물전달 기술의 경쟁력이 동일 성분 내에서도 차별적 약효와 시장 점유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한 셈이다. 실제 대웅은 고용량 약물도 마이크로니들로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제조공정 및 소재 기술을 확보, 플랫폼 상업화 가능성을 높였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패치·마이크로니들·경구제 등 다양한 약물전달 방식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미국, 유럽 등의 제약사들도 GLP-1 비만치료제의 경구 또는 신규전달 플랫폼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으나, 고용량 이송과 효율 확보에 한계를 겪어왔다. 대웅의 이번 성과는 한국 기업으로서 비침습 고용량 전달이라는 기술적 장벽을 뛰어넘은 최초 사례로 꼽힌다.
현행 규제에서 패치형 고용량 바이오의약품은 임상·안전성 평가, 장기 추적관리가 필수적이다. 대웅은 후속 임상시험과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을 병행해 상업화 채널을 확대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다양한 펩타이드·단백질 의약품에도 확장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강복기 대웅테라퓨틱스 대표는 “고용량 세마글루타이드를 단일 패치에 담아 주 1회 투여가 가능한 전환점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도 “마이크로니들 기술의 복약 순응도 향상과 고용량 장애 극복에 의의가 있으며, 글로벌 플랫폼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마이크로니들 기반 비만약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의 상용화 진입 속도와 규제·윤리 적합성 간 균형이 향후 성패를 가를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