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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깃 업어치기 한판승”…이준환, 세계선수권 동메달→3년 연속 시상대
스포츠

“외깃 업어치기 한판승”…이준환, 세계선수권 동메달→3년 연속 시상대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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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 힘을 가다듬던 이준환의 눈빛에는 오랜 시간 쌓아온 열정과 집중이 응축돼 있었다. 누구보다 세계 정상에 서고자 했던 마음은 동메달 결정전의 결정적 순간에 터져 나왔다. 기습적으로 펼친 외깃 업어치기 한판, 그 짧은 찰나에 부다페스트의 매트는 오롯이 이준환의 무대가 됐다.

 

2025 국제유도연맹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81㎏급 동메달 결정전이 16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렸다. 세계랭킹 1위 이준환(포항시청)은 우즈베키스탄의 아르슬론베크 토이이예프(세계랭킹 31위)를 상대로, 종료 1분 20여 초를 남기고 과감하게 날린 왼손 외깃 업어치기 한판으로 승부를 갈랐다. 이번 승리로 이준환은 3년 연속 세계선수권 시상대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외깃 업어치기 한판승”…이준환, 세계선수권 동메달→3년 연속 시상대 / 연합뉴스
“외깃 업어치기 한판승”…이준환, 세계선수권 동메달→3년 연속 시상대 / 연합뉴스

경기 초반 이준환은 1분여 만에 유효를 내주며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곧바로 절반을 따내며 흐름을 바꿨고, 공격과 수비를 유연하게 전환하며 토이이예프의 조급한 움직임을 이끌어냈다. 2분여를 남기고 상대의 업어치기 시도를 단단히 막아낸 이준환은, 마지막 한판승 장면을 통해 한 수 위의 집중력을 입증했다.

 

이날 이준환은 준준결승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젤림 트치카에프(세계 6위)에게 분루를 삼켰다. 패자부활전에서는 파리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상대였던 벨기에의 마티아스 카스(세계 4위)를 한판으로 제압하며 다시금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보여준 노련함과 자신감은 2025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키웠다.

 

비록 세계선수권 첫 정상 도전에는 아쉬움이 남았으나, 이준환은 신인 시절부터 숙적들을 꺾으며 차곡차곡 세계 무대 경험을 쌓았다. 2022년 데뷔 시즌에 이어 지난해에는 일본의 나가세 다카노리(세계7위)를 넘어서는 파란을 만들었다. 올해 역시 세계선수권과 파리 올림픽에서 연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1위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경기 후 이준환은 “준준결승에서 아쉬웠지만 동메달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기장 내 현지 팬들과 SNS에서도 이준환의 기습적인 한판승을 향한 찬사가 이어졌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유도 대표팀은 이준환의 동메달로 첫 메달을 기록했다. 63㎏급의 신채원(순천시청)은 2회전에서 탈락했다. 한편 4연패에 도전했던 조지아의 타토 그리갈라쉬빌리(세계8위)는 결승에서 러시아 출신 개인중립선수 아르부조브 티무르에게 우승을 내주는 결과를 기록했다.

 

이제 이준환은 7월 국제그랑프리 대회를 준비하며 파리 올림픽 이후 또 한 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시즌 내내 이어진 고요한 다짐과 치열한 승부의 순간들, 그 모든 것이 이준환의 새로운 세계를 향한 여정 위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이 기록은 다가오는 국제 무대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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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환#세계선수권#한국유도대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