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무력 격돌에 원유·금 시세 경계령”…국제시장 요동→호르무즈 해협 운명에 이목 집중
중동의 하늘 아래,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충돌이 거세어지자, 세계 원유와 금 시장이 뜨겁게 달궈졌다. 지구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포성의 메아리는 전 지구적 에너지 질서와 자산 시장까지 파고들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증폭시킨다. 이제 원유 한 방울, 금 한 그램에 담긴 시세가 이 지역의 정적과 불안, 국제적 대립의 온도를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이스라엘 공군이 200대의 전투기를 이끌고 이란 이스파한의 핵시설과 군사구역을 공격한 새벽, 원유 트레이더와 국제금융가는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는 격동의 날을 맞았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전일보다 7.0% 치솟아 배럴당 74.23달러에 문을 닫았고,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7.3% 상승, 72.98달러를 기록했다. WTI는 장중 14% 이상 폭등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의 급등세를 다시금 연상시켰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습에 탄도미사일 수백 기로 응수했고, 긴장 수위는 한층 더 고조됐다. 이란 관영매체 IRNA의 보도는 “탄도미사일은 시온주의자 정권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는 강경한 어조로 중동 전역에 긴장을 더욱 불러일으켰다. 다만, 이번 공격에 따른 이란 석유 생산시설의 직접적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 원유시장은 이란의 대응 수위에 세계 경제 숨통이 달렸음을 실감하고 있다. 실로 하루 1,800만~1,900만 배럴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원유 소비의 20%를 책임지는 혈관과도 같다. 만약 이곳이 봉쇄되거나 원유 운반 경로에 차질이 생긴다면 국제 유가는 끝 모를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투자은행 JP모건 역시 “중동 전역으로 무력 충돌이 번지거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는 단숨에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냉정한 분석을 내놓았다.
투자자들이 또 한 번 피신처로 삼은 것은 금이었다.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근월물 가격이 온스당 3,457달러까지 올랐고, 이는 불과 두 달 전 기록된 사상 최고치 3,500달러의 턱밑까지 치솟는 수준이다.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중동을 이른바 ‘지정학적 화약고’로 규정하는 시장의 심리를 단적으로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이란-이스라엘 간 추가 거센 무력행동, 석유 인프라의 실질적 피해,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의 동향이 앞으로도 국제 시세의 명운을 쥘 것이라 입을 모은다. 한국을 비롯한 중동산 원유 수입국들도 촉각을 곤두세운 채 무역과 환율 변동, 에너지 정책을 긴장 속에서 주시하고 있다.
중동의 바람은 한반도까지 닿는다. 석유의 흐름과 금값의 움직임, 그리고 정치적 불확실성은 오늘도 금융시장의 심장박동을 높이며, 세계는 이 고요할 수 없는 중동의 밤을 깊은 우려와 경계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