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중 1개 완등”…이도현, 월드컵 결승 승부→볼더링 메달 문턱서 멈췄다
스위스 베른의 아침 공기는 예상을 뒤엎는 정적과 응원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결승 무대에 선 이도현의 손끝은 수없이 반복한 훈련과 팬들의 기대를 동시에 떠안고 있었다. 4개 과제 중 단 하나를 완등하는 순간, 관중석에서는 아쉬움과 격려의 박수가 교차해 울려 퍼졌다.
이도현(서울시청·블랙야크)은 16일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2025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월드컵 8차 대회 남자 볼더링 결승에서 4위에 오르며 아쉬움 속에 선전을 마쳤다. 이날 이도현은 54.5점을 기록해 판위페이(중국), 메즈디 샬크(프랑스), 아나쿠 소라토(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정상에 이름을 올렸다. 결승 전까지 예선 공동 1위, 준결승 1위로 돌풍을 일으키며 기대를 높였지만, 마지막 관문에서 단 한 과제만을 완등하며 메달에는 다가가지 못했다.

특히 결승 무대에서 이도현은 기술과 집중력을 총동원해 등반에 나섰지만, 루트 당혹과 순간적인 힘 소진 앞에 고비마다 벽에 가로막혔다. 마지막 과제를 향한 도전이 실패로 끝났을 때, 동료 선수와 팬들은 깊은 한숨보다는 경례와 박수로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경기 후 이도현은 “준비한 만큼 결승에서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으니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돌아봤다. 이어 팬들과 대표팀 동료들은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보여준 집중력에 박수를 보낸다”, “아쉬움 뒤에 더 큰 도전이 기다린다”며 응원과 위로를 전했다.
한편 여자부에서는 서채현(서울시청·노스페이스)이 예선 25위에 머물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렇지만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연속 상위권 진입에 성공함으로써 국제 무대에서 꾸준한 경쟁력을 확인했다는 분석이다.
다음 월드컵 일정은 7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이어진다. 이도현 등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다시 한 번 정상권 도약을 꿈꾸며 담담히 남은 시즌을 준비한다. 하루하루 쌓이는 경험과 아쉬움은 결국 더 단단한 내일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의 치열한 하루는 잔상의 여운을 남기며, 열정의 손끝으로 세계 정상에 도전하는 이들의 계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