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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팝 소멸과 탄생의 순간들”…신현준·이준희, 아팝의 흔적 복원→감성의 지형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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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팝 소멸과 탄생의 순간들”…신현준·이준희, 아팝의 흔적 복원→감성의 지형 재구성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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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팝이 남긴 세월의 흔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신현준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HK교수와 이준희 옛가요사랑모임 ‘유정천리’ 회장이 함께 펴낸 ‘동아시아 팝, 소실의 자취’는 한때 그림자처럼 잊혀졌던 동아시아 음악의 기록을 오롯이 드러낸다. 두 저자가 20세기부터 21세기까지 펼쳐진 한국과 일본, 중국의 팝 음악 시장과 그 변천사를 차분히 추적하며, 시대별로 달라지는 미학의 결들을 촘촘하게 그려냈다.

 

책에서는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 대중음악의 지형이 드라마틱하게 전환된 과정을 구체적으로 짚는다. 기술 발전과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서 영미 팝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던 구도가 완전히 역전되고, 국내 음악이 새로운 주류로 부상하는 극적인 순간들이 펼쳐진다. 일본, 한국, 중국은 국제음반산업협회 글로벌 음악 보고서 속 음악 시장 규모 상위권을 차지하며, 동아시아 팝의 위상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2020년 일본이 2위, 한국이 6위, 중국이 7위였던 순위는 2024년 들어 일본 2위, 중국 5위, 한국 7위로 재편됐다. 가시적으로 수치가 변한 만큼, 동아시아 음악이 세계 대중음악의 흐름을 이끄는 존재로 재조명되고 있는 셈이다.

“동아시아팝의 흔적은 살아 있다”…신현준·이준희, ‘소실의 자취’로 음반사 변천 추적
“동아시아팝의 흔적은 살아 있다”…신현준·이준희, ‘소실의 자취’로 음반사 변천 추적

이처럼 동아시아 팝, 즉 아팝(亞pop)이라는 개념은 일본의 ‘아시안 팝스 매거진’, 싱가포르의 ‘아시아 팝 40’, 한국의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등 다양한 매체와 시상식에서 굵직하게 자리 잡는다. 표기와 명칭이 각기 다르지만, 다양한 문화권에서 모두 한데 아우르는 범동아시아의 감성임이 책 곳곳에서 강조된다. 특히 사운드의 기록과 전달 방식에 따라 팝의 기억이 달리 아로새겨진다는 점 역시 흥미롭게 다뤄진다. 19세기 기록 매체에서 SP레코드, 그리고 현대의 스트리밍 음악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팝은 사회와 기술, 인간의 감정 변화를 음향 안에 고스란히 품어왔다.

 

저자들은 옛 사운드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현대를 울리는 순간의 묘한 떨림에 집중한다. 20세기 전반 녹음본이 지니는 결핍의 미학, 21세기의 과장된 효과가 더해지는 스트리밍 사운드 등, 각 시대의 음반에서만 감지되는 ‘아릿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음향의 자취에 담긴 감정은 “아주 오래됐다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현대성을 품은, 부유하는 존재”라는 표현으로 명징하게 설명된다. ‘소실의 자취’라는 제목은, 결국 이 아름다운 양립—a disappearing presence—을 포착하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됐다.

 

‘동아시아 팝, 소실의 자취’는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지원으로 탄생했다. 신현준과 이준희는 이 책을 통해 대중음악 음반의 물리적·정서적 흔적, 라이브와 녹음 사이에 선 미묘한 감정, 그리고 동아시아 팝 고유의 정체성을 한층 깊고 세밀하게 조망했다. 나날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케이팝·제이팝·시팝 등으로 굵게 뻗어가는 동아시아팝의 흐름은 앞으로 더욱 다채로운 지형도로 확장될 전망이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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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이준희#동아시아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