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10회 끝 쓰라린 패배”…김경문 감독, 엄상백 선발 재기용→승운 갈림길
연장전의 끝, 한화 이글스의 더그아웃엔 아쉬움과 결연함이 뒤섞여 있었다. 한때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팀은 10회 승부 끝 패배를 경험하며, 상승세 LG 트윈스와의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김경문 감독의 눈빛에는 지난 승운을 아쉬워하면서도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는 의지가 또렷하게 읽혔다.
한화 이글스는 전날 LG 트윈스와의 접전에서 1-2로 패하며 선두 탈환 기회를 놓쳤다. 이 패배로 팀은 8승 1무 8패라는 하반기 성적으로 2위에 머물렀고, LG 트윈스에게 2경기 차로 뒤처져 있다. 반면 LG 트윈스는 하반기 16승 3패로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며, 팀 분위기는 대조적으로 달아올랐다.

이런 위기 국면에서 김경문 감독은 "지금은 다시 우리 분위기가 될 때까지 참는 시간"이라며 선수단의 인내와 재도약을 강조했다. 이어 "시즌 내내 등락을 반복하기 마련이니, 이 고비를 잘 넘겨 다시 연승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이번 선발 변경 역시 그 맥락에서 이뤄졌다.
이날 김경문 감독은 선발 투수로 엄상백을 기용했다. “원래 왼손 투수를 내세우려 했지만, 길게 던지지 못한다면 불펜 부담이 커진다. 그래서 선발 경험이 있는 엄상백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기용 배경을 밝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왼손 투수 김범수 선발 카드를 마지막까지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엄상백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로 kt wiz에서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다. 전반기 선발로 1승 6패에 그쳤고, 이후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다만, 최근 5선발로 등판한 황준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피칭을 보이면서 엄상백에게 다시 기회가 돌아갔다. 김경문 감독은 "엄상백이 최소 5이닝을 책임져주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동시에 전날 30구 이상을 던진 마무리 투수 김서현에게는 휴식을 예고했다.
한화 이글스는 이번 선발진 변화를 계기로 다시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 현장 곳곳에는 절박하면서도 끈기 있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팬들은 패배의 아쉬움 속에서도 이내 팀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박수를 보냈다.
팀의 재도전은 조용히, 하지만 단단하게 이어지고 있다. 한화 이글스가 어떤 답을 내놓을까. 선발진의 재정비와 팬들의 묵직한 응원이 교차하는 서울 잠실야구장의 여름, 그 숨결은 다음 경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