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값 71만7,750원 돌파”…안전자산 선호·환율 변동에 급등
국내 금값이 9월 30일 장 초반 71만7,750원까지 급등하며 1년 최고가를 경신했다. 안전자산 선호와 국제 금 시세의 강세, 환율 변동 영향이 겹치면서 시장의 투자심리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금값 급등이 국제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금은 이번 상승세를 계기로 단순 원자재를 넘어 글로벌 리스크의 ‘거울’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9월 30일 오전 9시 기준 금 1돈(3.75g)의 국내 시세는 71만7,750원으로 집계됐다. 전일 가격(69만5,213원)보다 무려 2만2,538원(3.2%) 급등한 수치다. 최근 일주일 새 평균치와 비교해도 6.4%(4만3,366원) 올랐고, 30일 평균 대비로는 16.5%(10만1,748원)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날 거래대금도 2,025억 원에 달해, 시장 내 금 수요가 여전히 건실함을 보여준다. 종전 1년 최고가였던 69만5,213원을 이날 단숨에 돌파하며 금값의 중장기 상승세가 다시 확인됐다. 최근 1년 최저가(41만9,925원) 대비 70.9%나 높은 수치까지 도달한 점도 눈에 띈다.

국제 금값 역시 견고한 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국제 금 시세는 64만9,197원으로 720원(0.1%)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1,401원으로 전일 대비 0.8원 상승, 1,40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와 외국인 투자자 수급, 월말 환전 수요 등 요인이 맞물리며, 환율이 금 시세와 복잡하게 얽혀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모습이다.
시장 일각에선 이번 금값 급등의 직접적 배경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완화적 통화정책 신호와 지정학 불확실성 심화를 꼽는다. 삼성금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금값은 온스당 3,80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주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2% 목표를 상회했음에도, 연내 금리 인하 전망으로 달러·미 국채금리가 동반 약세를 보인 것도 금값의 탄력적 뒷받침이 됐다. 더불어 미국 의회의 예산안 합의 지연과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 등도 안전자산 수요에 불을 붙였다.
기술적 지표상으로도 과매수 구간 진입 조짐은 있지만, 추가 상승 시도 여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RSI(상대강도지수)는 73까지 치솟았으나, 3,800달러와 21일 이동평균선(3,761달러), 3,726달러가 단기 지지선으로 꼽히며, 상단 저항은 3,850달러 이상으로 제시됐다.
환율 역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원·달러가 1,400원선을 중심으로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은 상단을 제한하고, 반대로 해외 투자 환전 수요와 외국인 증시 투자금은 하단을 떠받치고 있다. 미국 연준의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달러 약세를 자극해, 원화 강세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 정치권의 예산안 협상 지연 등 변수가 남아 있어 환율 움직임은 당분간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최근 한 주간 국내 금값만 해도 9월 22일 64만3,125원에서 9월 29일 69만5,213원, 9월 30일 71만7,750원까지 계단식으로 뛰었다. 불과 7일만에 11.6% 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통화정책, 환율, 글로벌 정세가 중첩된 구조적 환경이 지속되는 한 금의 투자 매력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국내 금값의 흐름은 미국의 통화 정책 전환과 글로벌 변동성 완화 여부, 환율 방향성 등에 달려 있다. 시장에서는 주 후반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 정책 동향과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 조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국은 ‘시장 안정화’를 지속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