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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속 국민보호 적극 의무”…세종경찰청 국감서 경찰 대응 매뉴얼 도마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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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속 국민 안전에 대한 책임과 경찰의 현장 대응이 다시 갈등의 표면에 떠올랐다. 7월 세종에서 발생한 폭우 중 사망 사고와 관련, 세종경찰청의 대처가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았다. 여야 의원들은 경찰이 주취자를 폭우 속에 귀가시키며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경찰 현장 매뉴얼 강화 요구도 거세졌다.

 

세종시 어진동 다정교 인근 하천에서 7월 17일 오전 2시 21분경, 40대 주취자 A씨가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당시 “비 오는데 주저앉아 팔로 기어가고 있다”, “상의 탈의하신 분이 비틀거리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8분 만에 현장에 출동했다. 그러나 A씨가 비에 젖은 옷을 짜며 술이 깬 듯한 모습을 보이자, 보호자 연락도 닿지 않던 상황에서 별다른 보호조치 없이 귀가 조처하고 철수했다. 경찰 철수 불과 4분 뒤, A씨는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고 닷새 후 숨진 채 발견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에 대한 질책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호우경보에 세종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가 발효 중인 상황이었다. 주취자는 휴대전화도 없었지만 술이 깬 것 같다는 경찰관 판단만 믿고 귀가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의 주취자 보호 체계 마련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권칠승 의원 역시 "당시 행적을 정상적이라 보기 어렵다. 필요시 강제로라도 대처해야 한다"며 경찰의 더욱 적극적 개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세종경찰청 매뉴얼에도 비상 상황 등 위험성이 파악되면 보호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주취자가 걷는다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용 의원은 “재난상황에선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을 좀 더 보수적으로 적용해 경찰관서 등에서 보호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검토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원호 세종경찰청장은 "출동 경찰관들이 나름 최선을 다하려 했으나 가슴 아픈 결과가 발생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세심히 살피지 못한 점,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남택화 세종자치경찰위원장은 "세종시도 주취자 보호 조례를 준비하고 있고, 전국 13개 시도에서 운영 중인 주취자 보호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잇따른 질타에 따라, 경찰의 대응 매뉴얼과 주취자 보호 체계 확대, 재난 상황 현장 대처 전반에 대한 제도 보완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날 국회는 경찰의 미흡한 현장 조치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며, 향후 관련 법제 및 매뉴얼 개선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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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경찰청#국회행정안전위원회#위성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