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의견 적극 제시”…조희대 대법원장, 국회 사법개혁 파고 속 독립성 강조

사법개혁 법안 논란에 사법부와 국회가 정면으로 맞섰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2일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법원의날 기념식에서 사법권 독립의 가치와 사법부 의견 반영을 강조하며 국회의 사법개혁 입법 움직임을 정면으로 거론했다. 민주당 주도의 개혁안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사법부 수장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대법원장은 “국회에 사법부의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고 소통과 설득을 통해 국민을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사법제도 개선을 둘러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 변호사회, 법학교수회 등과 다각도로 소통하며 바람직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법개혁 입법 과정에서 사법부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조 대법원장은 과거 주요 사법제도 개선 논의에 적극 참여한 전례를 언급하며 이번 역시 “권력 분립과 사법권 독립의 헌법 가치를 중심에 두겠다”고 밝혔다. “국회에 사법부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재판 독립성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그 헌신적인 사명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며 “법관 여러분은 흔들림 없이 헌법을 믿고 당당하게 재판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국민이 사법부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에 포함된 대법관 증원 정책에 관해서는 1심 법원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조 대법원장은 “법관이 충원되는 대로 1심에 집중 배치해 신속한 분쟁 해결을 지원할 전담 재판부를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제도적·인적 개선도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능력과 자질 중심의 법원장 인사, 중도 사직 방지, 법조인 출신 법관 임명 확대를 통한 사법부 내부 혁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또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미래등기 시스템 개통으로 사법정보화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며, 조만간 형사 전자소송 도입도 예고했다.

한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전국 각급 법원장들은 이날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개혁 의제를 논의했다. 천 처장 역시 입법 과정에서 사법부 소외에 우려를 나타내온 만큼, 사법부가 전국 법관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공식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이날 법원의날을 계기로 사법개혁과 사법권 독립을 둘러싼 공방이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향후 국회 논의와 사법부 대응에 따라 사법개혁 법안의 추진 동력과 사법부 신뢰의 방향성도 좌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