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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은 쳐야 한다”…유홍준, ‘에밀레종’ 타종 필요성 강조하며 문화재 보존 논쟁 재점화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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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문화계가 ‘에밀레종’ 타종 문제를 두고 다시 한 번 격돌했다. 22일 국립중앙박물관 유홍준 관장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종은 쳐야 한다”고 밝히면서 문화재 보존과 활용 사이의 갈등이 부각됐다. 유 관장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의 사진 삭제 논란에 대해서도 사과 뜻을 전하면서 박물관 운영의 공정성과 외부 협력 전략을 둘러싼 물음이 수면 위로 올랐다.

 

이날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의 질의에 “문과생이지만 기계는 오랫동안 작동하지 않으면 병에 걸린다는 원칙이 있다”며 “학계에서도 의견이 반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타음 조사를 해온 것을 보면 (종을 실제로 두드렸을 때)의 주파수, 맥놀이 현상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고 구체적 사실을 제시했다.

성덕대왕신종은 ‘에밀레종’으로 불리며 신라시대의 기술과 예술을 집대성한 국보로 꼽힌다. 그러나 유물 보존을 위한 정기 타종이 1992년 이후 중단된 채, 타음 조사 목적으로 제한적으로만 종을 치는 방식이 유지돼 왔다. 유 관장은 “앞으로 5년간 한 번에 15번까지 치는 것을 허가받았다”며 “기왕이면 국민이 들을 수 있도록 올해 조사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보존과 공개, 활용 지침이 더욱 정교히 조율될 필요성이 있음을 드러낸 대목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타종을 통한 문화유산의 생명력 제고를 주장하는 한편, 또 다른 쪽에서는 보존 우선론을 맞세우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문화유산위원회도 해당 사안에 대해 첨예하게 갈라진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문화재의 본질적 가치와 활용 정책 사이의 균형점 찾기가 당면 과제”라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다.

 

한편 유 관장은 최근 1천900억원대 부당이득 의혹으로 출국 금지 상태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의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삭제하며 논란이 빚어진 데 대해 “생각이 조금 모자랐다”며 “이 자리에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유 관장은 “방시혁 의장 개인의 일이 아니라 방탄소년단 등 한류 스타를 통한 한국 문화의 세계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유 관장은 지역 박물관의 역할 강화를 위해 “공주, 부여, 익산 등 13곳에 지역문화 전담 과를 신설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 밝혔다. 지역 문화 불균형 해소와 박물관의 다양화가 정책 과제로 떠오른 만큼, 현장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날 국회는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공공기관의 행보에 대한 공방을 이어갔다. 정치권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에밀레종 타종 논쟁과 사회적 책임성 논란을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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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성덕대왕신종#방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