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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대영이의 침묵 속 걸음”…삼형제 집, 장남 품은 희생→진짜 가족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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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대영이의 침묵 속 걸음”…삼형제 집, 장남 품은 희생→진짜 가족의 얼굴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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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게는 종종 한 사람의 어깨에 먼저 내려앉는다. 열세 살 대진이의 오래된 집에는 여름 바람이 들이치는 문틈 사이로도 가족만이 지켜온 작은 온기가 배어 있다. 텃밭에서 감자와 고추, 상추를 가꾸는 대진이의 손끝에는 땀과 꿈이 동시에 맺힌다. 아픈 아빠의 걷는 걸음에 다가가 부축하고, 연탄불을 살피며 하루를 마감하는 소년의 표정에는, 누구보다 단단한 책임이 조용히 자리 잡는다.

 

갈라진 지붕과 곰팡이가 뒤덮인 낡은 방, 재래식 화장실을 오가며 쌓아온 가족의 하루엔 버거운 감정이 스쳤다. 장애를 가진 부모님 곁에서 자라온 세 형제는 쌀밥 대신 감자를 나누고, 이웃의 정에 기대는 시간을 통해 가족이란 이름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갔다. 오랫동안 곁을 떠났던 형 대영이는 7년만의 귀환으로 집안에 다시 온기를 불어넣었다.

“여름날 삼형제의 집, 대영이의 걱정”…‘동행’ 장남의 귀환→가족을 위한 성장과 사유
“여름날 삼형제의 집, 대영이의 걱정”…‘동행’ 장남의 귀환→가족을 위한 성장과 사유

스물다섯 대영이는 오랜 시간 책임을 품고 살아왔다. 호주에서 삶의 밑바닥부터 요리학교에 다녔고, 남모르게 살림을 보태겠다는 단단한 꿈을 안고 불안한 시간과 맞섰다. 낯선 타국에서 쉬지 않고 일하며 생활비를 가족에게 부쳤고,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춘 시기에도 가장으로서의 짐을 덜어내지 못했다. 대영이의 귀환은 잠시였지만, 가족은 그의 선택 앞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품었다. 아픈 아버지는 변함없는 아들의 손길에 한없이 미안했고, 어머니는 종종 부족함을 탓하면서도 두 아들의 곁에 조용한 위로가 되고자 했다.

 

입대를 앞두고 다시 한국 땅을 밟은 대영이는 학원비, 병원비, 곰팡 내음이 가득한 집안까지 한꺼번에 짊어진 채 가족을 돌본다. 덥고 막막한 여름, 대영이는 시간이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터와 집을 오가고, 동생과 부모를 품으며 망설임 없는 책임을 실천한다. 잠시 멈춘 꿈과 다시 시작되는 현실의 무게 사이에서 자신이 꼭 붙잡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가족이 없는 집을 떠올릴 때마다 어쩌면 모든 문이 닫힐까 두려운 감정이 앞섰다. 하지만 대영이의 침묵과 땀이 오래도록 남은 것은, 사랑받는 존재가 누군지 잊지 않기 위함이었다.

 

엇갈렸던 시간을 품에 안고 재회한 삼형제, 그리고 미안함과 고마움을 교차하는 부모의 모습이 집 안에 잔잔한 변화를 불러온다. 『동행』은 장애와 가난이라는 시간의 껍질 속에서도 서로 놓지 않은 가족들의 눈물과 미소를 담아낸다. 삶이 던진 시간 앞에서 한 번 더 손을 내미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잊고 있었던 사랑과 책임의 본질을 일깨운다. 긴 하루의 끝, 가족의 이름으로 견뎌온 삶이 ‘동행’ 6월 21일 저녁 6시에 다시 시작된다. 이 방송은 KBS1에서 만날 수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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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대영#삼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