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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룡, 세관·검찰·용산 모두 지목”…역대급 인천세관마약 1조 수사 외압 폭로→특검 실효성 회의
사회

“백해룡, 세관·검찰·용산 모두 지목”…역대급 인천세관마약 1조 수사 외압 폭로→특검 실효성 회의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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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찰관이 지난 2년간 추적한 마약 수사의 깊은 골목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권력의 어둠이 엄존하고 있다. 백해룡 경정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기자회견에서 대규모 인천세관 마약 사건을 둘러싼 외압의 실체와 검찰·세관·용산 등 다양한 권력의 개입 정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현직 화곡지구대장인 그의 입에서는 역대 최대급(시가 1조 원 이상) 마약 적발의 배경에 수사를 방해하려는 힘이 작동했음을 시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사건의 시초는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던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 경정이 처음 일선에서 수사를 진행할 당시, 마약 유통 규모는 74kg에서 300kg 이상으로 급증했다. 마약조직으로부터 세관 공무원의 도움을 받았다는 진술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언론 브리핑 직전, 영등포경찰서장과의 전화 한 통이 국면을 바꿔놓았다. 서장은 처음에는 동조했으나 갑작스레 입장을 바꿨고,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이 백 경정의 기억에 남았다. 당시 이 통화는 녹취로 남았지만, 정작 해당 기록이 사라진 점에서 의심은 더욱 짙어졌다.

백해룡 / 유튜브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백해룡 / 유튜브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사건 수사가 점차 윗선을 향하자, 백 경정은 압수수색 영장과 계좌추적 신청이 연이어 검찰에 의해 반려돼 사실상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고 지적한다. 검경 합동수사팀이 출범했지만, 그는 “셀프 수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남부지검 형사6부 검사들이 세관 연루 의혹이 제기된 직후 인사 조치된 사실도 언급했다.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점은 단순한 투약자 적발이 아니라, 거대한 유통 조직과 그 배후의 연결 고리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특히 인천공항을 통한 말레이시아 조직원 21인의 12차례 입국 사실이 확인됐고, 검찰·관세청·국정원 등 공항 주요 기관이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검찰과 관세청이 공조하는 상황에서 수차례 조직 인원이 통과됐으며, 출국 금지도 되지 않던 사실이 추가 의혹을 샀다. 백 경정은 국정원의 실시간 정보수집 능력을 근거로 들며, “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공항 시스템이 모를 리 없다”고 짚었다.

 

무엇보다 이 건의 본질적 쟁점은 권력기관의 시스템적 방조, 수사 차단, 그리고 사건 축소 시도의 실체에 있다. 백 경정은 수사 기록과 증거 다수를 독립적으로 확보해뒀다는 점을 강조하며, 상설특검 체제로는 이번 사건의 전모를 규명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외부 독립기구에 의한 전면조사만이 진상 규명의 해답”임을 재차 밝혔다.

 

이번 폭로는 대한민국 공권력의 근본 신뢰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문이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마약범죄 차단과 청정사회 구현을 내세운 국가 정책의 그림자와, 그 그림자를 걷어내려는 내부 고발자의 목소리가 부딪히는 이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의 수사와 사회적 논의가 언제, 어디까지 파장을 확대할지 주목된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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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룡#김어준의뉴스공장#인천세관마약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