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안은 겨울 같다”…삼척, 무더위 속 여름 피서지로 부상
요즘은 30도가 넘는 뜨거운 한낮을 피해 삼척의 자연 관광지로 몰리는 가족과 여행객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휴가철마다 해수욕장만 떠올렸지만, 이제는 한여름에도 15도를 밑도는 동굴이 더위 탈출의 또 다른 일상이 됐다.
3일 오후, 삼척 지역의 기온은 32.8도까지 치솟았다. 바람은 느렸고, 하늘은 온종일 흐먹한 채 열기를 머금은 채였다. 이런 더위에도 미세먼지와 자외선 수치는 ‘좋음’과 ‘보통’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해가 저물어도 쉽게 열이 식지 않는 탓에, 누구나 시원한 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현지 여행사들의 예약률도 높아졌다. 삼척해수욕장에서는 벌써 주말이면 백사장이 북적이고, 가까운 거리 덕분에 잠깐 물놀이만 즐기고 가는 이들도 많았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을 수 있는 해양레일바이크는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특별한 썸머 코스로 꼽히고 있다. 그중에서도 “환선굴만큼 시원한 곳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내부는 연중 내내 11~15도의 기온을 유지해, 입구에만 서도 더운 숨이 금세 가라앉는다.
이런 변화는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삼척시는 매 여름 방문객이 10만 명을 훌쩍 넘기며, 동굴 체험객 중 상당수가 더위를 피해 예약을 선택한다고 분석한다. 기상청은 내일(4일) 삼척 최고기온이 37도까지 오를 거라 보고 있어, 실내 관광지 수요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심리 연구자 김연진 박사는 “기온 변화가 여행 패턴을 확실히 바꾸고 있다”며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시원함, 그리고 자연 안에서의 쾌적함이 더 중요해진 시대”라고 표현했다. 과거에는 맑은 하늘과 햇볕이 곧 ‘여름 휴가’의 필수 요소였지만, 이제는 서늘한 그늘과 실내 자연이 여행자들의 최우선 선택지가 된 것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동굴 속에서 여름을 건너니, 아이가 한참을 웃었다”, “예전엔 파도 소리가 전부였는데, 이젠 한기가 그립다”는 체험담이 공감을 얻는다. 삼척을 찾았던 한 직장인은 “30도가 넘는 오후엔 그저 동굴 입구에만 앉아 있으면 피로가 사라진다”고 고백했다.
사소한 휴가 일정이지만, 달라진 여름 풍경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조금씩 바꿔 놓는다. 해수욕장의 태양부터 동굴의 바람까지, 각자의 피서법에는 계절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감각이 담겨 있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