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불씨, 서울 휘발유 1,700원 돌파”…중동 정세 불안이 촉발한 물가 파장→한국 연료시장 긴장감 확산
여름 햇살이 번지는 서울 아침, 주유소의 가격표에 새겨진 숫자가 조심스레 기대감을 걷어내고 다시금 상승 곡선을 그렸다. 6월 16일 한국석유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일 대비 리터당 9.46원 올라 1,705.98원에 달했다. 지난 몇 주간 느리게, 그러나 확실히 내려오던 곡선은 멈추고, 국제유가의 숨가쁜 움직임을 따라 국내 기름값은 재차 상승의 문턱을 넘었다.
서울은 예로부터 국내 휘발유 가격의 바람이 시작되는 곳으로, 그곳에서 감지된 진동은 국토 전역으로 전해진다. 전국 평균 가격도 1.45원 상승한 1,631.72원을 기록했다. 경유값 또한 이 흐름을 타며 전국 기준 1,493.98원, 서울에서는 1,584.26원으로, 얇은 지갑과 무거운 마음을 동시에 뒤흔들고 있다.

국제유가의 불안은 멀리서부터 일렁이기 시작했다.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 진전의 불확실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교착, 캐나다 산불로 인한 공급 차질이 세계 원유시장을 깊게 흔들었다. 아직 실질적으로 중동의 긴장고조가 본격 반영되지는 않았기에, 보이지 않는 위태로움이 한편에 도사리고 있다. 오직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가능성, 그리고 중동 정세의 미세한 파동들이 국내 연료시장 미래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세계 원유시장은 거대한 바다물결처럼 예측 불가하다.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 선물 가격은 73.68달러, 브렌트유 8월물은 74.87달러에 거래되면서도 6%대 폭등 후 일부 조정을 보였다. 만일 중동에서 심각한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국제유가는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이고 국내 주유소 가격 역시 연쇄 반응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제유가 변화는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된다. 통상 2~3주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요동치는 세계질서 속에서 이 시간조차 불확실하다. 대한석유협회는 “최소 1~2주간 추가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며, 향후 변동 폭 확대까지도 언급했다.
한반도 너머, 이란은 ‘OPEC’의 세 번째 산유국으로서 시장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이 흔들린다면, 세계 원유 물동량의 심장이 멈추고, 배럴당 100달러라는 경고등이 점화될 수도 있다. 반면, 지정학적 위기가 확전으로 번질 가능성에는 여러 제동 장치가 남아있다는 분석 역시 존재한다.
국내 연료비 급등과 더불어, 전체 물가의 추가 상승 우려가 퍼진다. 기름값의 작은 변동이 소비자의 삶 전체에 파문을 일으키고, 중동, 이란, 러시아라는 지리적 변수는 앞으로의 가격 그래프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든다. 국제유가에 운명의 끈을 내맡긴 한국 연료시장은, 아직 끝나지 않은 긴장과 고요한 바람 앞에서 조심스럽게 다음 장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