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출루·보살 쇼”…이정후, 캔자스시티 상대 투혼→샌프란시스코 연패 속 빛났다
잔뜩 웅크린 밤공기 아래, 오라클파크에 등장한 이정후의 존재감은 유독 선명했다. 방망이로, 섬세한 눈으로, 그리고 강력한 송구로 새로운 역사를 쓰며 관중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팀이 4연패 사슬에 묶인 채 잠시 주저앉을 때에도 이정후의 플레이는 뜨거운 무언의 위로와 같았다.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맞대결에서 이정후는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2볼넷, 총 3차례 출루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타선을 이끌었다. 특히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상대한 이날 경기에서, 3회 초 조너선 보우런과의 풀카운트 승부 끝에 시즌 14호 2루타를 터트렸다.

이정후는 4회 2사 1, 2루에서 지난달 25일 밀워키전 이후 24경기 만에 볼넷을 얻어냈고, 이는 5월 들어 첫 번째 기록이었다. 이어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다시 볼넷을 골라내는 등 공격의 맥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진짜 존재감은 수비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9회 1사 1, 2루에 몰린 순간, 중견수 앞으로 빠진 단타 타구를 잡아낸 뒤 홈으로 정확한 송구를 던져 살바도르 페레스를 아웃시키며 시즌 5호 보살을 올렸다. 관중석에는 깊은 감탄이 번져났다.
이날 경기로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276, OPS는 0.786까지 상승했다. 팀이 4-8로 패하며 4연패 수렁을 벗어나지 못했으나, 그의 멀티 출루와 수비 집중력은 코칭스태프와 팬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샌프란시스코 밥 멜빈 감독은 경기 뒤 "이정후의 집중력과 위기 대처 능력은 팀의 보물"이라며, 타선의 기세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정후를 향한 팬들의 반응 역시 SNS를 통해 쏟아졌다. 현지 팬들은 “이정후는 절대 지지 않는다”, “꾸준함과 간결한 타격, 그리고 환상적 송구가 샌프란시스코를 움직인다”고 응원을 보냈다.
지친 일상에 불현듯 스며든 이정후의 투혼은 또 한 번 희망을 심어주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4일 다시 홈에서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재격돌을 준비한다. 오라클파크를 흔든 오늘의 잔상은, 다시 다가올 내일을 더욱 간절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