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숲길 따라 걷는다”…맑은 평창에서 찾은 나만의 여유
여행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다. 기능적인 관광지보다, 잠시 숨 고르고 싶은 장소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오늘 평창의 하늘 아래 걷는 사람들은 바로 그 느린 여유를 누리는 중이다.
12일 평창은 구름이 많은 가운데도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였다. 아침 기온 25도 안팎, 습도는 적당히 머물러 미세먼지 없는 공기가 오늘 산사의 평화를 더한다. 흐리지도 덥지도 않은 공기 속, 오대산 산자락 월정사에는 고요함이 살짝 내려앉았다.

전나무숲길에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쭉 곧은 나무들이 여행객을 반긴다. 나무 사이로 들이치는 햇살과 바람에 취해 걷는 이가 많고, 아이의 손을 꼭 잡은 가족, 조용히 혼자 걷는 청년도 어렵지 않게 만난다. 사진을 남기거나, 벤치에 앉아 천천히 눈을 감는 장면도 낯설지 않다. 그런 풍경에서 “이 순간만은 아무 생각 없이 머물고 싶다”는 한 여행자의 속마음이 느껴진다.
숲길 근처의 애니포레에서도 자연과 동물을 곁에 두고 뛰노는 아이들이 눈에 띈다. 가족 단위로 다양한 야외 체험을 하며, 도시 시절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는다. 한 엄마는 “아이와 뛰놀다 보니, 내 마음도 환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와 역사의 숨결이 궁금하다면,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도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가치를 직접 보고 느끼려는 방문객이 많다. 박물관 체험 공간에서 한참을 머무는 이들은 “기록이 품은 무게를 실제로 마주하니, 마음이 차분해진다”고 표현했다.
광활한 풍경을 보고 싶은 이들은 청옥산전망대에 오른다. 오늘 같은 청명한 날엔 지평선 너머까지 올려다볼 수 있는데,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 풍경을 카메라에 차곡차곡 담는 모습이 여럿이다. “탁 트인 공기를 마시니, 복잡했던 생각도 함께 정리된다”고 느끼는 이도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런 날씨엔 무작정 떠나고 싶어진다”, “전나무숲길 벤치에 그냥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된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평범한 하루지만, 그 안에서 특별한 안정과 휴식을 경험하는 곳이 바로 평창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오늘 평창의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든 여유로운 하루는 누구에게나 잠깐 내려 놓을 수 있는 ‘쉼표’ 같은 순간임을,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