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약 미허가 불법거래 급증”…식약처, 제도 개선 논의 속도낸다
임신중지 의약품의 공식 도입이 지연되며, 불법 거래와 가짜약 유통이 급증하고 있다. 임신중지약 ‘미프진’ 등은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됐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허가가 나지 않아 시장 외부 유통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2021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식약처의 품목허가 심사는 수년간 보류 중이다. 국회는 임신중지약 미허가로 인해 오남용 실태조차 파악이 어렵고, 부작용이 누적되는 현실을 강도 높게 지적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약물접근성 제한이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규제 비효율의 단면”이라고 평가한다.
식약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9월까지 임신중지의약품의 온라인 불법판매 적발 건수는 총 2641건에 달했다. 중국산 가짜 ‘미프진’ 5만7000정이 정품으로 둔갑해 약 23억원 상당이 유통되는 등, SNS를 통한 오·남용 위험이 상시화돼 있다. 실제로 항암제인 메토트렉세이트 주사가 임신 중지 용도로도 변용 사용되고, 이에 따른 부작용 신고 역시 864건에 이르는 등 안전성 문제도 누적되고 있다.

임신중지약의 주요 성분인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은 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채택해 전 세계적으로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품목허가 심사를 수년째 보류해왔다. 법률 자문 6건 중 4건은 ‘법 개정 없이도 품목허가가 가능하다’고 명시했지만 식약처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견지 중이다. 현행 규제 하에서 약물 공식 도입이 지연될수록 가짜약, 불법거래 피해와 의료 현장의 흑색시장 확산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해외의 경우 미국, 유럽, 일본 등 다수 선진국에서는 임신중지약의 임상·안정성 검증 후 공식적 의료 절차에서 사용이 보편화돼 있다. 식약처도 현재 관계 부처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법률 및 제도 개선 안을 검토 중이다. 복지위원회와 전문가들은 “품질·안전 관리가 가능한 허가 절차가 입법이나 제도개선과 병행돼야 불법거래 구조 해소가 가능하다”며 긴급한 정책적 결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산업계는 이번 논의가 실제 품목허가로 이어져 합법적 유통·품질관리 체계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규제, 공공의료와 환자 권리의 균형이 바이오의약품 시장 혁신의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