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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0선 소강”…외국인·기관 매도 확대, 코스피 관망 흐름→개인 매수세 분출
경제

“2,590선 소강”…외국인·기관 매도 확대, 코스피 관망 흐름→개인 매수세 분출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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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기운이 스미는 5월 23일, 서울의 금융시장은 한 치 앞을 예견할 수 없는 긴장 속에서 새벽을 열었다. 코스피는 이날 2,594.20으로 출발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물결 속에 2,590선 언저리에서 이내 발을 멈췄다. 보이지 않는 분기점 위, 시장은 희미한 강보합의 선에 기대어 실마리를 찾고 있었다.

 

장 초반 개인 투자자의 적극적인 매집이 두드러졌다. 909억 원이 유가증권시장에 쏟아지며 시장을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외국인은 342억 원, 기관투자가도 596억 원을 차례로 내놓았다. 코스피200 선물에서 외국인의 매수 우위(2,636억 원)가 기록됐지만, 현물 시장에서는 매도 신호가 짙었다. 이처럼 투자 주체별 매매가 엇갈리며, 증시는 단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미묘한 균형을 이어갔다.

코스피 2,590선 보합…코스닥 0.6% 하락, 외인·기관 ‘팔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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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 내부에서도 명암이 뚜렷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각각 0.27%, 1.57% 오르며 반도체 섹터에 온기를 불어넣은 한편,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 포스코퓨처엠(003670) 등 이차전지주는 내리막을 피해가지 못했다. 자동차 대표주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 역시 하락세를 비껴가지 못하며, 주도주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됐다.

 

업종별 흐름에서도 변화의 실마리가 엿보였다. 건설주(3.85%)와 기계·장비(2.25%), 전기·가스(1.0%)는 기지개를 켠 반면, 의료·정밀(-1.09%), 운송장비(-1.06%), 제약(-1.03%)은 조용한 하락을 기록하며 투심을 시험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업종은 미국 하원이 청정에너지 세액공제 축소를 골자로 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정안을 통과시킨 여파에 크게 흔들렸다. 한화솔루션(009830)이 9.76% 내렸고, HD현대마린솔루션(011200), 씨에스윈드(112610)까지 하락폭을 키웠다.

 

환율은 오전 1,384.5원으로 3.2원 오르며 수출여건에 부담을 얹었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53%로 7.2bp 내려 금융시장의 불안을 한결 누그러뜨렸다. 하지만 그 여운은 여전히 시장 위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코스닥은 이날 720선 위로 출발했으나, 곧장 713.35로 하락 전환됐다. 개인이 이곳에서도 914억 원을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52억 원, 254억 원을 덜어내며 매도 우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대부분 종목이 흐름을 거스르지 못한 채 약세를 드러냈다.

 

시장 분위기는 관조와 탐색, 그리고 신중한 의중이 교차했다. KB증권의 김지원 연구원은 “추가 강세로 이어질 동력이 부족해 관망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감세안의 하원 통과, 국채금리 하락이라는 뉴스가 잔잔히 퍼졌지만, 투자심리는 좀처럼 고양되지 않았다.

 

이처럼 5월 마지막 주 금융시장은 언제든 변동성의 파도를 맞이할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다. 미국 재정정책 변화와 대형주 실적 발표, 그리고 환율·금리의 다음 움직임이 국내 증시를 흔들 변수로 떠올랐다. 투자자들은 수급의 방향과 해외 정책 동향, 무엇보다 시장 내 숨어있는 단서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시그널을 읽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새로운 흐름의 단초가 이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가올 주요 지표 발표와 정책 변화가 반복되는 시계 속에서, 각 투자자의 세세한 준비와 노력이 향후 흐름을 지배할 단초가 될 것이다. 금융시장은, 오늘도 조용히 흐르다가도 한순간 거센 소용돌이를 반길 준비가 돼 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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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외국인매도#코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