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조선귀족 토지제국의 민낯”…친일의 그림자→끝나지 않은 책임과 분노
도시에 쌓인 시간의 퇴적층을 헤집으며 KBS1 ‘시사기획 창’이 조선귀족 137명과 그 후손들이 남긴 유산의 어두운 자취를 좇았다. 프랑스식 성채, 벽수산장이 3D 기술로 재현되고, 여의도 33배를 훌쩍 넘는 토지로 세워진 친일귀족의 ‘토지제국’이 민낯을 드러냈다. 잊힌 역사가 화면 위에서 되살아나자, 시청자들은 무거운 질문과 마주했다.
한일병합 직후 망국의 틈을 타 침탈된 땅들은 단지 옛 이야기로 남지 않았다. 시사기획 창 취재팀은 귀족들의 땅 1천446만 필지의 위치를 최초로 시각화하며, 포천 ‘대감’의 전설적 소유와 국가 환수가 이뤄지지 않은 꺼림칙한 현실을 깊이 들여다봤다. 허공으로 녹아버린 땅문서와 역사의 장벽, 그리고 나라를 팔아 올린 궁전의 허망함이 진한 여운으로 남았다.

81년이 지나도 법정 다툼은 끝나지 않았다. 대전 중학교 유령회사 소유권 분쟁 등 ‘조상 땅 찾기’ 명분으로 이어진 소송들, 결국 17년에 걸친 투쟁 끝에 국가가 되찾은 토지는 단 4제곱미터, 전체의 0.002%에 불과했다. 되찾지 못한 땅 99.998%가 오늘에도 대물림되는 현실은 뼛속까지 스며든 구조적 모순을 드러냈다.
결국 “매국의 성”을 대물림한 굳건한 성벽에 대한 분노와 질문이 프로그램 전체를 관통했다. 법정 기록, 땅문서, 현장의 증언은 환수의 아픔과 친일유산의 상흔을 고스란히 전했다. 이제, 침묵과 망각의 시간을 넘어, 역사의 책임을 묻는 냉철한 시선이 엔딩 크레딧을 대신했다.
‘시사기획 창-잊혀진 매국의 성: 조선귀족 유산 추적기’는 8월 19일 밤 10시 KBS1TV에서 방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