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평화 손짓에 뉴욕증시 3대 지수 급등”...중동 불안 완화→기술·AI주 투자심리 꿈틀
뉴욕 맨해튼의 여름밤이 피어오를 무렵, 월가에는 오랜만에 안도의 숨결이 감돌았다. 중동의 뜨거운 불확실성이 한층 가라앉으며, 뉴욕증권거래소의 전광판에는 푸른 불빛의 숫자들이 일제히 오르막을 탔다. 긴장과 염려로 얼룩졌던 시장이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평화의 신호가 감지되자, 다시금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는 용기를 회복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17.30포인트(0.75%) 상승해 42,515.0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6.14포인트(0.94%) 올랐고, 나스닥종합지수는 무려 294.39포인트(1.52%) 치솟아 19,701.21에 장을 닫았다. 이 가파른 상승의 서사에는 최근 이어진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 충돌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깊이 녹아 있다.

이란 정부가 중재국을 통해 미국에 휴전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등 수위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 퍼졌다. 비록 이스라엘군은 미사일 발사 기지와 국영방송을 공습하며 군사작전을 이어갔으나,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 최고 지도부 제거를 언급하는 등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도 공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락치가 미국의 외교적 개입만이 대화의 길을 열 수 있다며 유연한 메시지를 발하며, 위기 완화에 대한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숨 고르기에 접어들자, 국제유가는 1% 넘게 하락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동반 누그러졌다. 불확실성에서 벗어난 투자자들은 임의소비재, 금융, 기술, 통신서비스 업종에 집중하며, 대형 기술주에 다시금 열광의 바이브를 태웠다. 메타플랫폼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애플, 아마존, 브로드컴, 테슬라, 알파벳의 강세가 시장 전체를 견인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열풍이 거세게 이는 가운데, ‘AMD’가 목표주가 상향 조정으로 8%라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03% 급등했다. 여기에 30개 구성종목 모두가 오르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금융업계도 훈기를 느꼈다. JP모건체이스는 2% 넘게 올랐고, 비자와 마스터카드 또한 1% 안팎의 견고한 상승세를 보였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일본제철과 US스틸의 합병을 승인했다는 소식에 US스틸 주가가 5% 넘게 급등했다. 아마존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로쿠는 10%를 훌쩍 넘는 폭등세로 장을 흥분시켰다.
채권 및 파생시장에서는 7월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87.5%로 높아지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심리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약화된 건 국제유가의 하락과 만난 시너지 덕이었다. 공포지표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8% 떨어지며 심리적 안정을 더했다.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경계와 기대 사이에 포위돼 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ISI 부회장은 “분쟁이 빠른 종식보다는 제한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중론을 견지했다. 로리 칼바시나 RBC캐피털마켓츠 전략 총괄 역시 “중동의 불씨가 계속 타오를 경우, 미국 증시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정학적 완화의 신호에도 불구하고, 뉴욕 월가의 긴장은 아직 완전히 누그러지지 않은 풍경이다.
중동의 불안이 잠시 물러선 자리, 세계 금융시장은 다시금 숨을 고르고 있다. 그러나 어떤 소식이 새벽의 정적을 깨울지, 월가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단단히 쥔 채로 새 날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