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 동반 급락”…한국·일본·대만 증시 추락에 비트코인도 9만달러선 붕괴
현지시각 기준 18일, 서울과 도쿄, 타이베이 등 아시아 주요 금융 중심지에서 주식시장이 3% 안팎의 급락세를 기록하며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 압력이 확대됐다. 전날 미국(USA) 뉴욕 증시 조정과 인공지능(AI) 관련 종목 거품 논쟁이 맞물리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7개월 만에 9만달러 선 아래로 밀려났다. 이번 조정은 미국 통화정책을 둘러싼 기대 변화와 맞물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18일 오후 2시 20분, 한국(Korea)의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 하락한 3천965.07을 기록하며 장중 4천선을 내줬다. 중소형 성장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 지수도 같은 시각 2.8% 떨어지며 기술·바이오 등 위험 선호 종목 중심으로 매도세가 강하게 유입됐다. 일본(Japan) 도쿄증권거래소의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2.9% 하락한 4만8천881.56으로 집계돼 직전 거래일 간신히 지켰던 5만선 위 지위를 반납했다. 대만(Taiwan) 자취안지수(TAIEX) 역시 2.57% 내리며 한국·일본과 함께 아시아 주요 증시 중 낙폭이 큰 시장으로 분류됐다.

반면 중국(China) 본토 증시는 상대적으로 조정 폭이 작았다. 상하이종합지수는 0.4% 하락에 그쳤고, 선전종합지수는 0.9% 내렸다. 상하이·선전 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 역시 0.4% 내리는 데 머물며, 한국·일본·대만 증시와 비교해 방어력이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조치는 아시아 역내에서도 시장 구조와 투자자 구성 차이에 따라 조정 강도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시아 증시 전반의 하락 배경에는 전날 미국 뉴욕 증시 조정과 AI·반도체 관련 성장주를 둘러싼 거품 논쟁이 자리 잡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 지수는 1.18%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92%,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종합 지수는 0.84% 각각 하락했다. AI와 반도체 관련주 중심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55% 내려 성장주에 대한 차익 실현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약 138거래일 만에 5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간 점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시장에서 단기 조정 우려가 부각되자 위험회피 심리가 아시아로 확산되며, 그간 상승을 주도해 온 IT·반도체·AI 관련주를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졌다. 글로벌 증시가 미국 성장주의 방향성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만큼, 이번 약세가 추가 조정의 신호인지 여부에 시장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위험회피 심리는 가상자산 시장에도 강하게 작용했다. 가상자산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 가격은 7개월 만에 9만달러 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8일 낮 1시 45분께 전장 대비 5% 넘게 급락한 8만9천201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9만달러를 전후해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심리적 지지선이 붕괴된 만큼 추가 하락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상태다.
비트코인 가격이 9만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4월 미국발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7만4천400달러까지 급락했던 이후 7개월 만이다. 최근 조정으로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30%를 넘겼던 상승분을 한 달 반 만에 모두 반납하며 작년 말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지난달 6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6천251달러와 비교하면 낙폭은 29%에 달한다. 고점 대비 약 3분의 1에 가까운 조정이 단기간에 진행되면서, 변동성이 큰 자산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 위험이 다시 부각되는 분위기다.
가상화폐시장 분석업체 코인게코는 시가총액 상위 가상자산을 비롯한 1만8천개 이상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이 지난달 6일 이후 2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 기준으로 1조2천억달러, 한화 약 1천76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격 급락 과정에서 파생상품 시장의 강제 청산도 대규모로 발생했다. 지난달 10일에는 하루 동안 190억달러를 넘는 가상화폐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고, 비트코인 가격은 당일 최고가 대비 14% 이상 수직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가상화폐 시장 역사상 24시간 기준 최대 폭락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투자자 심리를 짓누르는 요인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기대 변화가 지목된다. 모나크 에셋 매니지먼트의 파트너 실리앙 탕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비트코인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인식되던 10만달러를 깨고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금리 경로에 대한 기대 변화가 가상자산 투자심리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위험회피 분위기 속에서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가 전통 자산보다 먼저 충격을 받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와 미국 거시지표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위험 노출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하고 투기적 수요 비중이 큰 자산군부터 매도가 집중됐다는 평가다. 이는 향후 미국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주식·채권·가상자산 간 자금 흐름이 한층 더 요동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금융시장 방향을 가늠할 주요 이벤트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19일 예정된 미국 반도체·AI 대표 기업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 발표와 20일 발표될 미국 9월 고용보고서는 투자심리 회복 여부를 가를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 실적이 AI 성장 스토리에 대한 신뢰를 다시 높일지, 혹은 고평가 논란을 자극할지에 따라 글로벌 기술주 흐름이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고용지표는 연준의 향후 금리 인하 속도와 폭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재조정할 재료로 여겨지고 있다.
연준의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 동결 전망이 강화된 점도 시장 기대를 조정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다음 달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57%로 반영하고 있다.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43% 수준으로, 불과 일주일 전과 비교해 동결 전망이 20%포인트가량 상승했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대한 기대가 완화되면서,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급등해 온 자산들에 대한 차익 실현 욕구가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 역시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올해 대부분 기간 상승 흐름을 이어오던 현물 금 가격은 최근 나흘 연속 하락했다. 18일 오후 기준 현물 금은 온스당 4천17달러를 기록하며 하루 새 1.2% 떨어졌다. 장중 한때 4천5달러까지 밀리며 4천달러선 위 지지 여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통상 위험회피 국면에서 강세를 보이는 금마저 되밀린 점은, 단기 유동성 수요 확대와 레버리지 축소가 시장 전반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주식·가상자산·귀금속 등 주요 자산군에서 동시다발적인 가격 조정이 이뤄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향후 미국 경제지표와 연준 통화정책 방향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 변동성이 한층 커진 만큼, 미국 성장주와 가상자산을 중심으로 한 위험자산의 재평가 과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번 조치가 향후 국제 금융 흐름과 자본 이동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