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동시개정 원칙 충돌”…정부·여당, 검찰청 폐지 속도 논란
검찰 개혁 입법 시기를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이 법령 개정 원칙을 두고 법제처·국회 법제실과 정면 충돌했다. 정부는 추석 전 검찰청 폐지를 뼈대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우선 통과시킨 뒤,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관련 세부 개편안을 1년 유예 후 별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계와 국회 내에서는 관련 법령을 동시에 개정해야 한다는 원칙에 반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제처가 마련한 법령입안심사기준(2024년 작성)은 “어떤 법령을 개정할 때 해당 개정 사항과 관련되는 다른 법령의 규정을 동시에 개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각각 별도의 개정법률안으로 개정하면 시차로 인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둘 이상의 법령 개정안은 하나의 개정안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가족부 신설 당시도 이에 따라 정부조직법과 관련 개별 법률의 동시 개정이 원칙으로 적용됐다.

국회도 같은 취지로 법령 개정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국회사무처 법제실은 “특정 법률 개정 시에 관련 규정을 동시에 고치지 않으면 시행 과정에서 혼란이 우려된다”고 지침서에서 밝혔다.
이와 달리 정부와 여당은 입법 속도를 이유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 뒤, 1년의 유예기간 내에 공소청·중수청 설치를 위한 세부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당정은 “검찰개혁 완수 시한을 추석 전으로 두고 추진하되, 세부 입법까지 동시 추진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 신설만 규정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실질적으로 시한부 조직이 된 검찰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형사사법 체계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제처와 국회 법제실 모두 “기관의 업무분장을 바꾸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할 때는 관련 법령도 동시에 고쳐야 시행상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정이 충분한 논의 없이 '입법 분할'을 강행할 경우 개정안 시행 시 근본적인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1년 유예기간을 두기보다 정부조직법과 세부 법령을 함께 마련해 처리하는 것이 입법 취지와 원칙에 부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치권은 추석 전 검찰 개혁 처리 시한에 대한 속도전과 법령 체계 일관성 간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입법 절차와 시행 과정에서의 혼란 우려를 해소할 해법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