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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진의 벚꽃 아래 고백”…화려한 날들, K-아버지의 자존심 몰락→시청자 뜨거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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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진의 벚꽃 아래 고백”…화려한 날들, K-아버지의 자존심 몰락→시청자 뜨거운 눈물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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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진이 ‘화려한 날들’에서 깊은 자존심과 현실의 무게를 지닌, 삶의 2막에 선 한 남자의 내면을 섬세하게 펼쳐냈다. 화사한 벚꽃 아래 스며드는 슬픔과 담담한 체념, 마침내 몰려오는 후회의 결이 곳곳에 새겨지며 이상철의 앞날은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파동처럼 번졌다. 늘 가족과 회사를 먼저 생각하며 걸어온 세월, 그 33년의 마지막 출근길에서 천호진은 흔들림 없는 아버지의 표본이자 한 인간의 좌절을 동시에 그렸다.

 

회사 정년퇴직을 맞은 이상철은 마지막까지 성실한 자세를 지켰다. 마지막 퇴근길, 사내에서 벌어진 퇴직 연설에서 “회사라는 모자이크의 한 조각, 조연이었지만 꼭 필요한 존재였다”는 고백은 시종일관 절제된 감정 속에서 진한 울림을 남겼다. 창밖을 스치던 벚꽃잎을 바라보며 “참, 고운 추락이구나”라고 읊조린 순간, 그는 20대의 흔적들과 붙잡지 못한 시간까지도 인생의 한편에 담담히 새겼다. 시청자들은 덧없고 아릿한 인생의 선율에 공감하며 화면 밖에서도 저마다의 ‘이상철’을 떠올렸다.

“벚꽃 아래 흐른 남자의 눈물”…천호진, ‘화려한 날들’서 ‘K-아버지’의 깊은 자존심→시청자 공감 / 화려한날들
“벚꽃 아래 흐른 남자의 눈물”…천호진, ‘화려한 날들’서 ‘K-아버지’의 깊은 자존심→시청자 공감 / 화려한날들

그러나 곧 이어진 운명의 반전은 모두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한때 손에 잡힐 듯했던 재취업 자리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췌장암 판정을 받은 최사장에 이어, 아들 최상무는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은 채 이상철의 재취업을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다. 심지어 집 앞에 놓인 두툼한 돈다발은 그간 그가 지켜온 존엄마저 무너뜨리는 모멸감을 안겼다. 어쩌면 가벼운 인사와 뒷모습으로 대신할 수 있었던 이별이었지만, 현실의 벽은 낯설고 차갑게 다가왔다.

 

천호진은 단순한 헌신이나 책임감에 국한되지 않는 ‘K-아버지’의 감정 지형을 입체적으로 쌓아 올렸다. 부모 부양, 자식 뒷바라지라는 숙명을 넘어, 꿈꾸던 미래가 허망하게 무너지는 그 순간의 무력감까지 현실적으로 빚어냈다. 시청자들은 낯익으면서도 가까운 누구의 아버지 모습을 천호진의 연기에서 발견하며, 그 감정선에 진하게 동화됐다. 삶의 쓸쓸한 뒷모습, 지켜온 자존심의 단단함과 쉽게 허물어지는 순간까지 모두 담아낸 이번 에피소드는 시청자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천호진이 이상철 역으로 그리는 드라마 ‘화려한 날들’은 가족의 희생, 끝내 맞닥뜨리는 현실, 그리고 사라지는 꿈 사이에서 펼쳐지는 인간적인 이야기로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8시마다 방송돼 시청자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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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진#화려한날들#이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