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위험군 75%”…복지부 직원, 정책 집행 현장서 과로·심리 부담 고조
정신건강 정책을 집행하는 보건복지부 직원 다수가 스스로 '정신건강 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책 추진 현장에서 쌓여왔던 과로와 심리적 부담이 공론화되면서, 정부 조직 내 돌봄 인프라 강화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복지부 직원 64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마음건강 진단 연구의 중간 결과를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우울 지표가 '중간 이상'에 해당한 직원은 260명(40.5%)에 달했으며, 불안 지표 역시 임상적 주의 수준으로 분류된 인원이 136명(21.2%)에 이르렀다. 중등도 이상의 불면 위험군은 169명(26.4%), 음주 고위험군 비율은 15%로 집계됐다. 우울, 불안, 수면, 음주 등 4개 주요 영역에서 위험군으로 분류된 직원은 74.9%(481명)에 이르러, 10명 중 7명을 넘는 비중이다.

이 수치는 일반 성인과 소방공무원 집단을 포함한 기존 조사와 비교해도 눈에 띄게 높다. 2003년 전국 소방공무원 대상 조사에서는 위험군 속성이 하나라도 해당되는 인원이 43.9%였고, 2022년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우울이나 불안 위험군에 든 성인 비율 역시 각각 19.0%와 9.2%에 그쳤다. 복지부 직원들의 정신건강 위험군 비율은 국내 성인 평균치의 두 배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정신건강 악화의 원인으로는 복지부의 과도한 업무량이 꼽혔다. 백종헌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복지부 본부 정원은 860명으로 타 부처 평균(약 717명)보다 약간 많으나, 예산 규모는 4.1배에 이른다. 게다가 법안 발의, 국정감사 지적, 국회자료 요구 등에서 복지부가 타 부처 대비 1.8~3배 높은 부담을 안고 있음이 확인됐다.
정치권에서는 복지부 조직 보호책 마련을 주문했다. 백종헌 의원은 "전 직원 상담·치료·복귀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며 "정원 추가 확보 등 대응전략을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에 보고하고, 종합감사 이전에 구체적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수장인 정은경 장관은 "진단 결과가 매우 심각하다"고 문제의식을 표명하면서 "정신건강 관리 제도화, 정원 확충 계획 등은 빠르게 정부 내 협의·보고를 거쳐 결과와 향후 일정을 국회에 상세히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국회는 이날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정신건강 관리체계 발전책과 직원 돌봄 정책 강화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정부는 기관 내 정신건강 패러다임 개선과 조직 인력 문제를 놓고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