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20번 선택”…밀너, 조타 추모로 프리미어리그 신기록 도전→팬들 뭉클
경기장 곳곳에 스며든 묵묵한 애도의 공기 속에서 제임스 밀너가 조심스럽게 등번호를 바꿨다. 시즌 준비로 붐비던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 구단은 선수 명단 발표와 함께 밀너가 등번호 20번을 선택한다는 결정을 알렸다. 리버풀에서 고인의 번호를 간직했던 동료와의 인연을 등번호라는 상징에 담은 순간, 팬들도 오래도록 기억할 감정이 이어졌다.
브라이턴은 2일 공식적으로 2025-2026시즌 등번호를 공개했다. 밀너는 지난 시즌까지 달았던 6번 대신 20번을 선택했다. 이 번호는 최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디오구 조타가 리버풀에서 사용한 번호로, 밀너의 이번 선택에는 특별한 의미가 깃들었다. 밀너는 "카를로스 발레바의 등번호 변경으로 20번을 받게 됐다. 놀라운 선수이자 좋은 친구였던 조타를 존경하는 마음에서였다"고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조타는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스페인 사모라에서 동생과 함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전해지며 리버풀 구단은 20번을 영구결번으로 남기기로 했다. 리버풀 시절 조타와 세 시즌 동안 호흡을 맞춘 밀너는 자신의 선수 경력에 또 한 번의 의미를 더하게 됐다.
프리미어리그에서 23시즌 연속 출전 기록을 이어가는 밀너는 현재 638경기(55골 89도움)를 소화했다. 리그 역대 출전 최다 기록에 도전할 기회를 얻은 그는, 2023-2024시즌 종료 후 1년 재계약에 합의하며 내년 1월 만 40세가 된다. 리그에서 단 653경기에 출전한 개러스 배리만이 밀너보다 많은 출장 기록을 가지고 있어, 밀너가 앞으로 남긴 시간마다 새로운 이정표가 쌓일 전망이다.
뒷이야기에는 변함없이 팬들의 따뜻한 응원이 함께한다. 브라이턴 유니폼에 새겨질 20번, 그리고 리버풀 시절 동료의 기억은 프리미어리그의 오늘을 견디게 하는 또 하나의 힘이 된다. 밀너의 이야기는 올 시즌 브라이턴의 그라운드와 팬들의 가슴을 더욱 단단히 묶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