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잡은 게임포인트 무산”…이승은, 여자탁구 결승서→준우승 성장 신호탄
조용한 결연함이 경기장을 채웠다. 열여덟 소녀의 눈에 맺힌 빛나는 눈물은 찰나의 패배를 안긴 듯 보였지만, 곧 새로운 도전의 문을 두드리는 듯 반짝였다. 두 번의 게임포인트 기회와 아쉬운 패배는 오히려 다가오는 성장을 예고하는 한 장면이었다.
경기도 광명 아이벡스 특설경기장에서 펼쳐진 프로탁구리그 여자부 결승전. 이날 대한항공 소속 이승은은 한국마사회의 이다은을 상대로 챔피언 자리를 두고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경기 초반부터 이승은은 치밀한 커트 수비와 예리한 공격 전환을 자유자재로 엮으며 흐름을 주도했다. 첫 게임과 세 번째 게임 모두 먼저 10점 고지에 올랐으나, 결국 두 차례 듀스 끝에 10-12로 아쉽게 내주고 말았다. 득점이 오갈 때마다 경기장은 숨죽인 긴장과 환호가 반복됐다.
결승 무대 한가운데 선 이승은은 흔들리지 않는 눈빛과 과감한 포핸드로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8강과 준결승 과정에서 우승 후보였던 양하은, 이은혜를 연달아 꺾으며 보여준 저력은 결승 진출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우승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소녀의 간절함이 다소 긴장감으로 표출되며, 경기의 주도권이 어긋난 순간이 있었다.
경기 종료 후 이승은은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게임 포인트를 두 번 만들고도 패한 것은 심리적으로 부족했던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팬들의 뜨거운 응원에는 미소와 함께 V 사인으로 화답하며 끝까지 밝은 인상을 남겼다.
주세혁 대한항공 감독은 “결승에서 이기고 싶다는 욕심에 플레이가 다소 소극적이었던 것 같다”면서도 “이런 경험들이 쌓이며 더 값진 선수가 될 것”이라 믿음을 보였다. 김경아 코치 역시 “두 달간 집중훈련으로 기량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은퇴한 서효원의 뒤를 잇는 수비수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승은은 “내년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싶다. WTT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서효원의 은퇴 이후 국내 여자 수비수 계보를 잇는 새로운 인물로 떠오른 이승은은 이번 준우승을 통해 성장의 토대를 다시금 입증했다. 대한항공 여자탁구단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이승은과 함께 선수단 리빌딩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경기장을 떠나가는 이승은의 뒷모습에선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의 흐름이 묻어난다. 도전과 좌절, 그리고 다가올 희망이 교차하는 자리. 앞으로 더 깊어진 이야기는 대한항공 여자탁구단과 이승은의 이름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장면은 6월 15일 현장에서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