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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호르무즈 봉쇄 그림자”…국제 금융·산업계, 고조되는 불안감→세계 에너지 충격 예고
국제

“이란 호르무즈 봉쇄 그림자”…국제 금융·산업계, 고조되는 불안감→세계 에너지 충격 예고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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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이 감도는 중동의 해상에 다시 강한 파동이 이는 새벽, 이란 호르무즈 해협에 어둠이 드리운 순간부터 세계의 시계는 다시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정밀 타격이라는 결정의 파장은 곧바로 이란 의회로 번졌고, 탄탄하게 이어오던 국제 해상 교역의 동맥이 봉쇄 위기에 처하게 됐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구름은 짙은 긴장과 불안으로 세계 경제와 산업계를 한순간에 휘몰아쳤다.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은 그저 바닷길이 아니라, 세계 원유 거래의 20%가 흐르는 길목이자, 에너지 시장의 숨결이 이어지는 생명선과도 같다.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통과시킨 직후,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업계에선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불안한 목소리가 뒤섞였다. 이미 국제 금융·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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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입장에서는 특히 불안감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체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슈는 말 그대로 산업의 우주를 흔드는 거대한 파고로 다가온다. 해운과 정유, 에너지 기업들은 예민하게 대응에 나섰고, 대표적인 국내 해운주와 정유 관련 주가는 이번 사태로 급등했으며, 일부 대형 유조선들의 항로 우회 사례도 보고됐다. 에너지 집약 산업군, 즉 석유화학과 철강, 자동차 업계엔 이미 원가 압박이 심화되고, 중동발 에너지 쇼크의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산업계 역시 단호하게 움직였다. 환율과 금리 변동을 면밀히 주시하는 가운데,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 비축유 활용 등 위기 대응책이 빠르게 가동된다. 동시에 운송·항공 업계에도 연료비, 물류비 상승의 짐이 실시간으로 더해지고, 시장 참여자 모두가 미래 불확실성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봉쇄의 현실화가 오히려 이란 경제에도 심중한 상처가 될 것이라며, 전면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다. 그러나 언제든 다시 치솟을 수 있는 군사적 긴장, 정치적 결의의 불확실성은 에너지와 금융시장 모두에 전례 없는 변동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같은 하룻밤 사이의 변화는 이제 중동의 작은 해협에서 머무르는 일이 아니다. 세계의 공급망, 물가와 금융시장, 그리고 각국 경제의 맥박이 단 하나의 변수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어둠과 빛이 교차하는 시간, 호르무즈 해협의 파고는 세계 산업 전체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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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호르무즈해협#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