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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구연한 폐지에 납품 지연”…이연희, 철도차량 노후화 심각성 경고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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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차량의 내구연한 폐지와 차량 제작사 납품 지연을 둘러싸고 철도 안전 문제에 대한 정치권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청주 흥덕) 의원은 21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전국 철도차량의 노후화 실태와 신차 도입 지연 문제를 지적하며 이런 현상이 국민 안전에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의 핵심은 코레일이 보유한 전체 1만3천701량 중 8천910량, 65%에 달하는 차량이 이미 20∼24년 운영됐고, 25년 이상 지난 차량도 3천905량에 이른다는 점이다. 2013년 내구연한 규정이 사라진 뒤로 철도차량 기대수명 제도만이 존속해왔으나, 법적 구속력은 없었다. 이로 인해 차량 교체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은 채, 점검과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수명이 반복적으로 연장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코레일은 철도안전법에 따라 차량 도입 20년 이후부터 5년 주기로 정밀안전진단을 시행 중이다. 2020년 이후 진단을 통과한 차량은 무궁화호 객차 219량을 포함해 802량, 진단 합격률은 90%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이연희 의원은 "정밀안전진단에 의존해 차량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은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반복적인 연장으로 정비 업무의 과부하가 일어나 안전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2022년 이후 진단을 받은 차량에서 17건의 고장이 발생하는 등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진단 항목에서 주행·제동장치만 주요 대상으로 삼아 냉방·화장실 등 승객 편의시설에 대한 민원이 방치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차량 제작사 다원시스의 납품 지연 사태 역시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코레일과 다원시스는 2018∼2019년 ITX-마음 78편성을 2021년 9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납품하기로 계약했으나, 현재까지 34편성만 인도됐고, 나머지 44편성은 2027년 상반기께에야 공급이 완료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연희 의원은 "다원시스는 신형 열차 기술력 부족, 부품 수급 차질 등으로 납품이 지연되고 있다"며 "그 결과 신차 도입이 늦어지며 노후 차량 수명이 또다시 연장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구연한 규정 부재, 반복되는 노후 차량 연장, 그리고 신차 도입 차질까지 연이은 구조적인 관리 미비가 국민 안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연희 의원은 코레일을 향해 "발주 과정의 관리·감독 부실이 없었는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재발 방지와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근 철도 안전 관리와 차량 현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와 코레일 등 관계기관의 대책 마련과 제도 개선 움직임이 주목된다. 국회는 해당 사안에 대한 점검과 제도 개선 논의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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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코레일#다원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