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박시브, 성인 폐구균 74% 차단”…MSD, 백신 스펙 확장 → 고령 사망 위험 잡을까
21가 성인용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 '캡박시브'가 고령층 폐구균 질환 예방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IPD)의 74%를 커버하는 혈청형을 포함해, 기존 백신의 한계를 보완했다는 평가다. 업계는 이번 기술이 가파른 국내 고령화와 비백신 혈청형 증가라는 변곡점에서, 미충족 수요 대응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캡박시브는 MSD가 개발한 21가 성인 전용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으로, 2023년 8월 국내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국내 성인에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IPD의 74% 원인 혈청형을 포함하며, 특히 기존 백신에 없던 8종(15A, 15C, 16F, 23A, 23B, 24F, 31, 35B) 혈청형이 추가됐다. 제품 설계에서 65세 이상 성인 IPD의 약 85%를 차지하는 혈청형을 폭넓게 반영한 점이 특징이다. 기존 백신은 성인과 소아 모두를 대상으로 개발돼왔지만, 성인에서 비백신 혈청형 감염 비중이 커지며 커버리지 한계가 현실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의 원리는 특정 혈청형에 대한 면역반응을 유도, 폐렴구균 감염증 예방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기존 PCV13, PCV15, PCV20 등 백신이 상대적으로 한정된 혈청형을 커버했다면, 캡박시브는 독자적인 고유 혈청형 추가로 국내에서 가장 넓은 스펙을 보여준다. 최근 18세 이상 84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기존 백신 접종 경험이 없는 2656명이 각기 캡박시브 또는 PCV20을 맞은 결과 공통 혈청형에선 비열등성을, 캡박시브만 포함한 11개 중 10개 혈청형에선 우월한 면역원성을 입증했다. 이는 기존 백신 대비 실질적 예방 범위를 확대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국내 폐렴으로 인한 사망 중 90%가 65세 이상 고령층에 집중되지만, 2014~2019년 침습성 폐렴구균 발생률은 백신 도입에도 불구하고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 국가예방접종(NIP) 강화로 어린이 폐렴구균 질환은 줄었으나, 혈청형 대치(Serotype replacement) 현상으로 비백신 혈청형 감염이 고령층에서 늘어 새로운 백신 옵션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MSD 측은 "2024년 기준 소아 백신 접종률은 97%이지만, 성인에서 비백신 혈청형 질환 비중이 커진 만큼, 캡박시브가 예방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밝혔다. 캡박시브의 설계는 성인 커버리지를 약 81%까지 확장하도록 최적화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폐렴구균 백신 진화 경쟁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미국·유럽 등도 고령인구 증가와 혈청형 교체에 따라, 단백접합 백신의 스펙 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는 캡박시브가 허가된 백신 중 가장 많은 혈청형을 아우르며, 성인 맞춤형 접근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식약처는 캡박시브의 임상 데이터와 다수 혈청형의 면역원성 및 안전성을 토대로 시판 허가를 부여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폐렴구균 유행 양상이 변하는 상황에서 캡박시브와 같은 혈청형 확장 백신이 고령층 실질 예방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단, 향후 보험 적용, 고령층 접종률 확대, 혈청형 변화 추이 모니터링 등 제도적·정책적 보완 과제는 남아 있다.
산업계는 이번 신제품이 기존 폐렴구균 백신의 사각지대를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혁신과 함께 성인 예방접종 인프라 및 정책 정합성이 백신 시장의 다음 성장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