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제구로 땅볼 퍼레이드”…메르세데스, 고척돔 첫 선→키움 후반기 희망 쏘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의 조용한 긴장감, 그 한복판에서 메르세데스가 빚어내는 땅볼은 마치 정교한 퍼포먼스처럼 야구장을 감쌌다. 팀의 새로운 외국인 투수가 보여준 첫 등판의 깊이는 단순한 기록 너머, 이제 막 걸음을 내딛는 에이스의 서광이 엿보일 만큼 선명했다. 두산 타선을 잇달아 잡아낸 7개의 땅볼은 키움 히어로즈 팬들에게 올여름의 새로운 이야기를 예고했다.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의 C.C. 메르세데스는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전에서 선발로 나서 5⅓이닝 동안 8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의 투구를 선보였다. 데뷔전임에도 흔들림 없는 리듬으로 16개의 아웃카운트 중 7개를 땅볼로 유도했으며, 평균 시속 142㎞의 직구와 함께 슬라이더, 커브, 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활용해 두산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눈에 띄는 점은 강속구보다는 제구와 다양한 변화구에 중점을 둔 피칭 스타일이다. 메르세데스는 188㎝의 신장에서 나오는 각도와 정교함, 탄탄한 경기 운영으로 팀에 안정을 선사했다. 3-2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지만, 불펜의 추가 실점으로 데뷔전 첫 승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경기 후 메르세데스는 담담하게 “야구는 원래 그런 것이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팀이 함께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승리는 다음 기회에 오리라 믿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땅볼을 많이 유도한 데 대해 “내 장점이라 만족한다”고 평가했다.
메르세데스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미국 마이너리그,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지바롯데 머린스, 대만프로야구 퉁이 라이온스를 거친 베테랑이다. 대만리그에서 14경기 6승 3패 평균자책점 2.57로 올해 전반기를 마치고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풍부한 경험과 차분한 멘탈, 그리고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에 관한 빠른 적응력도 눈길을 끈다. 메르세데스는 “스트라이크존에 약간 차이는 있었지만 큰 영향은 없었고, 앞으로 더 잘 적응할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밝혔다. 최근 KBO리그는 150㎞ 중반대 강속구 투수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메르세데스는 정교한 제구와 완급 조절, 기민한 경기 운영으로 과거 팀의 레전드였던 앤디 밴 헤켄, 에릭 요키시와 닮은 면모를 보였다.
키움은 곧이어 10일 같은 장소에서 두산과 다시 맞붙을 예정이다. 메르세데스의 데뷔전 투구는 후반기 팀의 선발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고요한 마운드 위에서 메르세데스가 새기는 구위와 집중력, 그리고 팬들이 보내는 미소와 박수. 한 장의 감동은 기록 너머로 번진다. 키움 히어로즈의 새 외국인 투수와 함께하는 두산전 2연전은 고척돔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