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금품 의혹 전방위 압수수색”…경찰, 전재수·통일교·특검 동시 겨냥
정치권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경찰과 특검, 여야 인사가 한꺼번에 얽히며 수사가 정국의 새 뇌관으로 떠올랐다. 경찰이 통일교 본부와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자택은 물론 민중기 특검팀 사무실까지 동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수사 차원의 정면 충돌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15일 오전 9시께부터 경기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과 서울 용산구 통일교 서울본부, 통일교 한학자 총재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구금 중인 서울구치소 등 10곳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고 있다. 통일교의 조직적 자금 제공 의혹과 정치권 로비 정황을 동시에 겨냥한 조치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자택과 국회 의원실,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의 자택도 포함됐다. 전 전 장관에게는 뇌물수수 혐의가, 임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에게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각각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인사 모두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팀은 통일교 한학자 총재를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전환했다. 이미 입건된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도 같은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영장에 적시됐다. 경찰은 두 사람을 통해 정치권에 금품이 흘러갔는지, 조직 차원의 로비였는지 여부를 따지고 있다.
전재수 전 장관에 대해서는 2018년 전후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금 2천만원과 1천만원 상당의 고가 시계 1점을 받은 혐의가 영장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성 전 의원과 김규환 전 의원은 2020년 4월 총선 무렵 각각 약 3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수사 상황을 이유로 구체적 정황 설명을 자제하고 있으나 영장 단계에서부터 상당한 진술과 정황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전재수 전 장관의 국회 의원실 압수수색은 언론 보도로 관련 내용이 알려진 지 3시간이 지난 이날 오전 11시 20분께에야 시작됐다. 수사팀이 국회 경호 및 의전 절차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야권 일각에서는 수사 정보 유출 여부를 문제 삼으며 절차상 공정성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통일교 회계 자료와 자금 집행 내역을 확보한 뒤 계좌추적에 착수해 자금 흐름을 전면 재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정치권 로비 수단으로 지목된 명품 시계 등 고가 물품의 실제 제공 여부와 소재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사의 또 다른 축은 통일교 금고에서 발견된 초대형 현금 뭉치다. 지난 7월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던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천정궁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280억원 상당의 현금을 확인했지만,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압수하지 않고 돌려보낸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경찰은 이 현금의 출처와 사용처, 정치권 자금 유입 여부를 새로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통일교 의혹과 관련해 민중기 특검과 수사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는 혐의, 이른바 직무유기 의혹에 대해서도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이날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웨스트에 위치한 민중기 특검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윤영호 전 본부장의 진술 조서와 수사 기록 등 관련 자료 일체를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민중기 특검팀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면서 관련 진술과 자료를 충분히 넘기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통일교 자금의 정치권 유입 의혹과 280억원 현금 뭉치 처리 과정이 특검 단계에서 축소되거나 누락됐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직무유기 의혹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의혹의 출발점인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정치자금 또는 뇌물을 불법 공여한 혐의로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다. 그는 통일교 측 자금이 정치권에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12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저는 그렇게 진술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며 진술을 사실상 번복했다. 검찰과 경찰, 특검을 거치며 진술이 요동친 만큼 향후 법정에서 신빙성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수사 확대에 따라 여야 모두 긴장하는 분위기다. 야권은 통일교와 정권 핵심 인사 간 연결 고리를 겨냥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고, 여권 일부에서는 특검과 경찰의 갈등 양상이 정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며 선을 긋는 모습도 나온다. 다만 관련 인물들이 여야를 가로지르는 만큼, 실제 수사 결과에 따라 어느 쪽에 더 큰 타격이 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수사 흐름상 경찰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통일교 회계 자료와 특검 수사 기록을 분석해 자금 흐름을 1차로 정리한 뒤, 전재수 전 장관과 전·현직 의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교 수뇌부와 정치권, 특검을 잇는 3중 구조의 책임 공방이 본격화될 경우 내년 국회 일정과 향후 선거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경찰은 압수수색을 마무리한 뒤 확보 자료 분석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수사 추이를 지켜보며 후속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 정국은 한동안 수사 결과를 둘러싼 공방으로 요동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