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야당석에 ‘허전하다’”…이재명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 속 여야 충돌 격화
예산안 시정연설을 놓고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갈등이 국회에서 다시 고조됐고, 여야 대립 양상 속에서 정치적 긴장이 극에 달했다. 여기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 보이콧과 침묵시위로 맞서면서 정국 격랑이 예고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오전 10시 6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진행했다. 이날 연설은 제1야당 국민의힘이 본회의장에 불참한 가운데 ‘반쪽’으로 치러졌다. 국민의힘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내란특검 수사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을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하며 본청 앞에서 검은 마스크와 근조 리본을 착용한 침묵시위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단에 오르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좀 허전하군요”라며 빈 야당 좌석에 대한 소회를 밝혔고, 연설 내내 민주당 의원들은 33차례 박수와 ‘이재명’ 연호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대통령은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며 야당의 불참에 유감을 내비치면서도, “내년도 예산안이 치밀한 심사를 거쳐 신속히 확정되길 기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 밖 로텐더홀에서 침묵 규탄대회를 열었다. 검은 마스크와 ‘자유민주주의’ 근조 리본, ‘야당탄압 불법특검’ 등의 팻말을 들고 집단 시위에 나선 의원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현장에 등장하자 “범죄자 왔다”, “꺼져라”, “재판받으세요” 등 고성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이 미소를 보이자 “웃지 마”라고 외친 의원들도 있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자리를 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권 탄압에 맞서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 “이번 시정연설이 대통령의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는 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민주당 측은 국민의힘의 국회 불참에 대해 “정치적 책임 방기”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여야의 대립은 향후 예산안 처리뿐 아니라 정국 전반에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정치권은 이날 시정연설을 계기로 여야 갈등이 정면 충돌로 치닫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회는 이번 예산안 심사에서 한층 더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