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재편”…양극재 성장세, 중국·한국 경쟁 격화→공급망 전략 변수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적재량이 전년 동기 대비 42.6%의 눈에 띄는 신장세를 기록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1~6월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에 투입된 양극재를 집계한 결과, 순수전기차(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하이브리드(HEV)를 포함한 총 적재량은 110만 5,600t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이외 지역 역시 26%의 성장률을 보이며, 글로벌 시장 전반이 규모 확대를 거듭하고 있다.
양극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밀도와 출력 성능을 좌우하는 필수 소재로, 전기차의 주행거리 향상과 성능 고도화의 관건이다. 기술적으로는 고용량이 강점인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와, 안전성·비용 경쟁력이 뛰어난 리튬인산철(LFP) 계열이 시장 양분 체제를 이루고 있다. 삼원계 양극재 글로벌 적재량은 46만 5,800t, 전년비 15.1% 증가를 보인 가운데, LFP 시장은 동기간 72.6% 급증한 63만 9,800t을 기록하며 니켈 기반의 삼원계 시장을 실질적으로 추월했다.

중국은 글로벌 양극재 시장에서 절대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원계 부문에서는 현지 대표기업 롱바이, 한국기업 LG화학 등이 공급 상위권을 견고히 지켰고, LFP 분야도 후난위넝·다이나노닉 등 중국 토종 공급사들이 시장을 장악했다. SNE리서치는 전체 LFP 양극재 적재 비중이 무게 기준 58%를 넘어서며 “중국 내 보급형 EV 시장의 확장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LFP 채택 확대가 가속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중간 기술 패권 경쟁이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조에도 뚜렷한 변화를 예고한다.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 및 소재에 지속적 고율 관세를 부과해 북미 중심 공급망 개편을 압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 등 비중국계 소재 기업의 북미 진출 확대가 활발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기술 봉쇄, 미국과 유럽의 현지화 강화 요구가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생산 역량과 기술력을 모두 확보한 한국기업의 전략적 가치가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SNE리서치는 공급 과잉이 아닌, 기술 완성도 및 글로벌 분산 생산 체계 구축이 미래 시장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기술 주도권, 공급망 안보, 비용 및 성능 혁신의 삼중 압력을 받는 가운데, 양극재 시장의 재편이 업계 판도에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