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160쪽 PPT로 총력전”…이상민 구속심사, 내란공모 공방 격화
비상계엄 선포를 둘러싼 내란 행위의 ‘공모자’로 지목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구속 여부를 가리는 심문이 시작됐다.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특검과 이 전 장관 측이 강하게 맞서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특검은 무려 160쪽의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300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하며 구속 수사의 불가피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이 전 장관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장관은 ‘소방청장 단전 단수 지시’ 의혹 등이 쏟아진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이윤제 특검보 등 6명 검사팀을 구성해 이 전 장관이 비상계엄 국무회의에서 주요 역할을 했으며,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등 ‘국헌 문란 행위’에 깊게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한팀 공모공동정범으로서 윤전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긴밀히 협력해 범죄를 주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접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계엄국무회의 등 집단적 범죄 구조에서 주요 임무를 분담한 책임”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특히 이상민 전 장관이 행정안전부장관으로서 경찰청, 소방청에 의무 없는 업무를 지시해 언론의 자유와 국민 안전권 침해라는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무회의 서무’로서 일부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포 전에 연락을 받지 못하게 한 점도 문제 삼았다.
이 전 장관은 헌법재판소에서 허위 증언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2월 11일 윤전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단전·단수 지시를 부인했던 그가, 실상은 관련 문건을 소지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대화하는 장면이 대통령실 CCTV에 포착됐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이 전 장관 측은 내란과 직권남용, 위증 등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단은 “윤전대통령으로부터 단전 단수 등 관련 지시를 받은 일 자체가 없었고, 소방청장 등에게 그런 요구나 명령을 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어 “행안부장관의 소방청장 지휘권이 분명치 않으므로, 직권남용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따른 파장이 주목된다. 만약 이 전 장관의 신병이 확보되면, 현재 내란 공범 의혹이 제기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보다 본격적인 수사가 예견된다. 반면 영장이 기각되면 특검팀의 수사 동력 상실과 함께 향후 일정이 크게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법원의 구속 여부 결정은 이르면 밤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과 방어 측이 정면 대립하는 가운데 사건의 추이를 긴장감 있게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