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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원전 건설로 에너지 체제 전환”…카자흐스탄, 러·중과 협력 본격화 파장
국제

“첫 원전 건설로 에너지 체제 전환”…카자흐스탄, 러·중과 협력 본격화 파장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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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8일, 카자흐스탄(Kazakhstan) 정부가 발하시 호숫가 울켄 인근에서 자국 최초의 원전 건설 착공식을 단행했다.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Rosatom)과 협력해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2036년 완공을 목표로 20조 원 상당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착공은 최근 국민투표에서 70%의 찬성이라는 사회적 합의 속에서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에너지 수요 급증과 경제 성장 동력 확보라는 시대적 맥락에서 출발했다.

 

정부와 원자력청, 로사톰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카자흐스탄 측은 이번 원전 건설이 원자력 산업 발전과 장기 경제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했다. 로사톰은 이미 부지 측량과 시추에 착수해 구체적 입지 선정을 마무리 단계에 있다. 건설되는 원전은 러시아형 가압수형 원자로(VVER-1200) 2기로, 60년의 기본 수명에 추가 20년 연장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카자흐스탄 첫 원전 건설 착공…2036년 완공 목표, 20조 원 투입 / AFP
카자흐스탄 첫 원전 건설 착공…2036년 완공 목표, 20조 원 투입 / AFP

카자흐스탄은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국임에도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핵무기와 원전 모두를 포기해 온 역사를 갖는다. 과거 소련의 핵실험 피해가 남긴 사회적 트라우마로 원전 건설에는 거센 논란이 따라왔으나, 빠른 전력 수요 증가와 에너지 위기, 국가발전 전략에 따라 지난해 10월 국민투표로 정책 전환에 나섰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지역 불안정 상황과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는 한국과 프랑스도 참여했으나, 러시아·중국 등 인접국 국영기업이 각각 첫, 두 번째, 세 번째 원전 사업을 따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조건 측면에서 경쟁력이 인정됐다"며 실질 유리한 협상 결과를 강조했다. 로사톰은 이미 우즈베키스탄(Uzbekistan) 및 키르기스스탄(Kyrgyzstan)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원전 사업 확장 전략을 적극 추진 중이어서 이번 수주가 향후 지역 안보 및 에너지 지형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로이터(Reuters)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탈화석연료 흐름과 자원 민족주의가 맞물린 전환점’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유라시아 에너지 지도의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향후 공사 진척 상황, 추가 사업자 참여, 지역 전력 공급 구조 개편 등은 카자흐스탄 경제와 중앙아시아 에너지 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자흐스탄의 원전 정책이 국가 경쟁력 재정립과 주변국 에너지 외교 방향에 적잖은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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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로사톰#원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