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부 내 성추행 인정”…10대 유망주, 징계 불복→법적 다툼 시작
고요한 사격장의 긴장감 위로, 한 고등학교 유망주의 이름이 서늘하게 오르내린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청소년 스포츠 현장은, 한순간 무거운 침묵으로 갈아입었다. 인정과 부정, 억울함과 자책이 교차하는 진실의 무게는 양 선수와 주변인 모두의 가슴을 누르고 있다.
지난해 3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 사격부에서 발생한 동성 후배 성추행 사건은 제삼자의 신고에 의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고교 2학년이었던 A군은 후배 B군에게 가슴을 수차례 만지는 등 신체 접촉과 괴롭힘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신고가 이뤄진 지 약 넉 달 만에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가 시작됐고, 피해자는 “대회 기간 5차례 이상 가슴을 주무르듯 만졌다”라는 진술과 함께, “가위바위보 게임을 핑계로 물에 적신 베개로 때리거나 ‘나루토춤’, ‘고양이 한강 위’ 춤을 강요받았고, 촬영 영상이 다른 선수들에게 공유되는 과정에서 심한 수치심을 경험했다”라며 고통을 털어놨다.

이어 B군은 숙소와 훈련장에서도 모욕적 언사, 사생활 침해, 선배들 앞에서 신음을 내게끔 하는 강요까지 겪었다고 전했다. 윗옷을 강제로 잡아당겨 상반신을 드러내게 하거나, 훈련 중에도 반복된 신체 접촉이 이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B군은 무엇보다 “A군의 집요한 괴롭힘 때문에 결국 사격을 포기했다”고 밝혀 논란이 가중됐다.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A군은 “수차례 가슴을 만진 사실을 인정한다”라고 답했으나, 모든 행위가 장난이었고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한 “구체적 기억이 없다”던 초반 진술과 달리, 조사관의 질문에 따라 “옷 안쪽으로 손을 넣어 만진 적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1부터 20까지의 구호를 지정해 “입으로 신음소리 내기” 등은 총기 안전 교육 차원이었다는 해명을 덧붙였다.
이 진술을 토대로 스포츠윤리센터는 “피해자에 대한 성추행 및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했고, 서울시사격연맹은 A군에게 8개월 자격정지의 징계를 내렸다. A군 측은 이에 불복해 서울시체육회에 재심을 요청하는 한편, 법원에 징계 효력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까지 제기했다. A군 측은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한 인물이 제삼자이고, B군의 전학 역시 진학 준비 과정의 선택이었다”며 여전히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 관계를 둘러싼 팽팽한 법적·도덕적 논쟁 속에, 상처 입은 학생 선수의 일상과 고요해야 할 사격장이 더 이상 평범하지 않게 됐다. 비뚤어진 선후배 문화, 리더십 아래 잠긴 권위주의, 그리고 ‘장난’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침묵의 폭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침묵으로 얼룩진 체육관의 시간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남겨진 상흔과 사회적 논의는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한 채 머문다. 스포츠윤리센터를 비롯한 관계 기관의 판단, 그리고 법원의 판결까지 이 사안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스포츠의 즐거움과 존엄이 조용한 물음표로 남는 오후, 연합뉴스는 스포츠계 내 ‘관행’이라는 이름의 고통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