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뒤집기 명승부”…박정환, 춘란배 결승 2국 역전승→우승 희망 불지펴
초반엔 숨죽인 침묵 속에서도 박정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모두가 패색을 예상했던 순간, 바둑판 위에 번뜩인 반격의 수가 분위기를 바꿨다. 긴장감이 맴돌던 결승전장은 그의 집념으로 가득 찼다.
제15회 춘란배 세계프로바둑 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 2국이 22일 중국 선전에서 펼쳐졌다. 박정환 9단과 양카이원 9단이 맞붙은 이날 승부는 시작부터 촘촘한 실리 공방이 이어졌고, 중반에는 우변에서 펼쳐진 격렬한 전투가 승부의 분기점이 됐다.

박정환은 초반 흑을 잡아 실리를 노렸으나, 우변 흑 대마가 양카이원의 거센 압박에 몰려 판세는 급격히 양카이원에게 기울었다. 한때 AI 승률이 10% 아래까지 떨어지며 패색이 짙어진 순간에도 박정환의 시선은 바둑판을 놓지 않았다. 관중들과 팬들은 숨죽인 채 그의 다음 수에 시선을 모았다.
종반에 접어들자 전세는 미묘하게 흔들렸다. 박정환은 백의 미세한 실수 틈을 단호하게 파고들었고, 마지막 끝내기에서는 기복 없는 집중력으로 양카이원을 압도했다. 285수 만에 흑 2집반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 무대는 다시 한 번 긴장에 휩싸였다.
경기 뒤 박정환은 “이번 승리가 마지막까지 집중하는 힘의 결과라 생각한다. 최종 3국에서도 좋은 내용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과 바둑 팬들은 두 기사의 극한 승부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고, 현장에선 승패를 넘어선 박수갈채가 울려 퍼졌다.
승부는 1승 1패로 다시 원점에 섰다. 춘란배 우승컵의 주인공은 2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마지막 3국을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우승 상금 15만달러, 준우승 5만달러가 걸려 있는 만큼, 박정환이 세계 타이틀 정상에 오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루의 긴장과 희망, 눈앞의 승리보다 값진 집념의 시간을 곱씹게 하는 밤. 바둑 한 판의 무게에 담긴 절실함은 누군가의 손끝에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수 있음을 조용히 일깨운다. 결승 3국은 6월 23일 밤, 중국 선전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