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매진했습니다” 안효섭·채원빈, 기다림 속 심장 뛰는 상처→로맨스 기적 예감
익숙한 어스름이 깃든 농장의 풍경 속, 안효섭이 그려내는 매튜 리의 하루는 대지의 품처럼 묵직했으나 어느새 온기를 숨기고 있었다. 새벽의 고요와 저녁의 긴 여운까지, 세 가지 역할을 오가며 촘촘히 쌓이는 근면이 안효섭의 절제된 눈빛에 스며들었다. 반면 채원빈이 맡은 담예진은 화려한 조명과 환호에 둘러싸인 무대에서 활력을 뽐냈으나, 집으로 돌아온 순간 들이닥치는 피로와 불안이 화면 바깥까지 번져 나왔다. 레이스처럼 치열하게 달리는 하루하루, 서로 다른 빛과 그림자를 품은 두 인물의 삶이 차갑게 부딪히는 순간은 묘한 울림을 남겼다.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는 로맨스 그 너머, 상처 안에 번진 희망의 기적을 노래한다. 매튜 리는 세계 유일의 농장과 실험실, 마을을 아우르며 세 가지 삶을 동시에 살아가는 인물이다. 농부이자 대표, 연구원, 마을 사람으로 살아가지만 스스로조차 알지 못한 감정을 지닌 채, 조용히 자신만의 세계를 지킨다.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온 안효섭은 전작의 유쾌함과는 달리 한층 깊은 표정, 섬세한 감정선을 드러내며 시청자에게 새로운 몰입을 안겼다. 현실의 무게를 견디면서도 남모를 유연함으로 순간순간을 살아내는 매튜 리의 내면이 안효섭의 연기와 교차했다.

채원빈이 그려낸 담예진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쇼호스트로, 무엇이든 완판 신화를 써내려가는 커리어 우먼이다. 그러나 거침없는 성공의 이면에는 집에 돌아갈수록 깊어가는 악성 불면증과 알 수 없는 고독이 드리운다. 의욕에 가려진 상처와 내일을 준비하는 외로운 밤, 채원빈은 일에 매달린 담예진의 생생한 피로와 찬란한 에너지, 그리고 그 틈을 가르는 절실한 외로움을 진솔하게 전했다. 두 배우의 교차하는 감정선은 매 장면마다 앞선 삶을 관통해, 긴장과 안타까움, 미묘한 설렘으로 이어졌다.
진승희 작가의 첫 작품과 안종연 PD의 연출이 만난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는 온전히 다른 두 인물이 밤낮을 가르며 부딪히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복잡하게 얽힌 일상 한가운데에서 두 사람이 서로의 비밀과 약함을 알아가고, 작은 배려가 어떻게 변화의 열매로 이어지는지 섬세하게 짚어간다. 제작진 역시 두 캐릭터가 만들어낼 기적 같은 변화와 그로 인한 에너지가 시청자들에게도 따스하게 번질 것임을 예고했다.
온 마을을 품고 살아가는 매튜 리, 야망과 상처를 동시에 안은 담예진, 그리고 그 둘의 가느다란 인연이 언제, 어떻게 스크린을 적실지도 이목이 쏠린다. 밤낮, 일과 사랑, 고독과 유대를 넘나드는 이들의 첫 서사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오늘도 매진했습니다’는 내년 첫 방송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