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42% 내년 경기 비관”…한국갤럽 조사, 민심은 여전히 어둡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비관론과 낙관론이 맞붙었다. 내년 경기 전망을 두고 국민들의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정파와 계층에 따라 경기 전망의 격차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2025년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열 명 중 네 명이 향후 1년간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되며, 체감경기와 주식시장의 괴리, 정부 정책 신뢰도 논쟁이 정치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내년 경기 나빠질 것’이란 응답은 42%를 기록했다. ‘좋아질 것’은 33%, ‘비슷할 것’은 22%, 의견 유보는 3%로 집계됐다. 특히 경기 낙관론은 6월 52%에서 19%포인트나 떨어졌고, 비관론은 같은 기간 25%에서 17%포인트 증가했다. 이로써 두 달 연속 비관론이 낙관론을 앞서는 흐름이 이어졌다는 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 기간 국내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동안 3,100∼3,200선에 머물던 코스피는, 9월 ‘대주주 기준’ 철회 조치에 힘입어 10월 20일 종가로 3,800선을 돌파했다. 23일에는 장중 3,900선을 넘어서며 새 기록을 썼다. 그러나 국민 체감 경기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부동산 가격 불안정, 환율 급등, 관세 협상 지연, 대외 불확실성 등 구조적 요인들이 경제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 성향별 경기 전망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진보층의 낙관론은 6월 78%에서 10월 53%로 크게 떨어졌으며, 중도층 역시 8월 이후 30%대에 머물렀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비관론이 6월 50%에서 10월 66%로 오히려 더 커졌다. 한국갤럽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경기전망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한편 살림살이 전망도 위축 양상을 보였다. 내년 살림살이가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24%, ‘나빠질 것’은 26%, ‘비슷할 것’은 49%로 조사됐다. 생활수준과 정치 성향에 따라 전망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 생활수준 상·중상층의 낙관 순지수(낙관-비관)는 +11에 그쳤지만, 하층은 -28로 격차가 컸다. 성향별로 진보층은 +22, 보수층은 -25로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자 (+25)와 부정 평가자 (-43) 사이 격차도 컸다.
정치권과 경제계에서는 앞으로의 정책 대응과 민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시 상승과 국민 체감 경기, 계층·성향별 민심 괴리가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부는 대외 변수와 민생 안정 대책 검토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