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약개발 질주”…한국 제약산업, 정책혁신 절실→미래전략 모색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정부 주도의 정책 지원과 자본시장 제도 혁신을 기반으로 세계 2위 신약개발 국가로 부상하는 가운데, 한국 바이오 산업 생태계에도 중대한 전환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시장과 정책, 자본시장의 ‘삼각 혁신’만이 국제적 경쟁력 강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신약 시장이 근본적 격변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 또한 구조적 대대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정부는 2011년 12차 5개년 계획 이래 제약바이오 분야를 국가 핵심산업으로 지정하고, 중앙·지방정부 차원의 인센티브와 규제개혁을 지속해왔다. 대표적으로 2016~2020년 13차 5개년 계획기간 신약개발 연평균 성장률은 9.5%에 달했고, 임상 진입 신약 수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최근 5년간 개발된 신약은 47건, 연간 기술이전 금액은 350억 달러를 넘어서며 세계 시장에서 질적·양적 동시확장을 이뤘다(출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2024). 이러한 행보에 대해 이관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미래비전위원장은 “중국 바이오산업의 질적 성장 배경에는 국가 차원의 강력한 추진 조직과 실행구조가 있다”며, 한국 역시 ‘국가 바이오위원회’ 등 컨트롤타워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자본시장 구조 역시 중국의 압도적 도약을 받치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미국 바이오 기업 유출 위기를 계기로 2018년 신설된 홍콩거래소 ‘18A 조항’은 수익이 없는 신약개발 회사도 일정 기술력과 임상단계에 진입할 경우 상장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전무는 “홍콩시장은 전문 투자자 유치와 시장 검증을 상장 심사의 필수 요건으로 삼는다”며, 한국과는 정반대의 접근법임을 강조했다. 실제 대표적 신약개발기업 베이진은 이 이중상장을 통해 ‘브루킨사’ 등 혁신제품을 내놓으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경쟁력은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 등 일부 우수 신약 탄생으로 입증되기도 했지만, 업계의 혁신플랫폼·벤처육성 환경, 장기 자본공급 구조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세웅 유한양행 부사장은 “미국의 R&D 리딩, 중국의 규모경제를 잇는 제삼의 길을 찾으려면,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개발인력 육성, 오픈이노베이션의 확장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바이오 신약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면, 자본시장 개혁과 상장제도 유연성 강화, 정부 전담조직 설립, 산업-학계-벤처간 협력의 입체적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성장의 경계에서 정책과 제도, 시장의 균형 잡힌 진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