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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출시 후 말투 변했다”…AI 언어 인간 대화에도 확산
IT/바이오

“챗GPT 출시 후 말투 변했다”…AI 언어 인간 대화에도 확산

허준호 기자
입력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의 출시는 인간의 일상적 언어 습관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연구팀이 챗GPT 도입 전후의 대화 단어 사용 패턴을 분석한 결과, AI가 자주 사용하는 특정 단어들이 실제 사람들 사이의 대화에서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 같은 현상은 AI 언어가 인간 언어에 미치는 파급력이 실제 생활에서 가속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산업계와 학계는 이번 결과를 AI 언어 영향력 분석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플로리다주립대 연구진은 총 1,326개의 팟캐스트 에피소드에서 추출한 대화 데이터를 챗GPT 출시 전후 각각 1,100만 단어씩 동일 비율로 비교했다. 분석 결과, AI가 일상 대화체에서 중점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인 ‘surpass’, ‘boast’의 사용 빈도는 140% 이상 늘었고, ‘strategically’는 87.9%, ‘align’은 36.6%, ‘significant’ 역시 17.3% 증가했다. 반면, AI가 더 자주 사용하는 문어체 단어인 ‘delve’는 소폭 증가에 그쳤고, ‘realm’, ‘crucial’ 같은 단어 사용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이한 증감은 구어와 문어 영역에서 AI 영향력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AI 챗봇이 산출한 언어가 반복적으로 사용자에 노출되며 인간의 어휘 선택에 내재화되는 ‘스며들기 효과(inculcation effect)’가 실제로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AI가 선호하는 어휘가 대화에 융합되면서, 사용자는 무의식적으로 AI 언어 패턴을 자신의 말에 반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보급된 후 더욱 뚜렷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번 연구는 AI와 인간 언어의 상호작용 강도가 실질적 언어사용 데이터로 입증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AI 번역·채팅 서비스, 음성인식 등 자연어 처리 기술이 생활 전반에 퍼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 일본 연구진도 AI 언어가 사회 언어학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확장하고 있다.

 

한편, 생성형 AI 서비스 활성화에 따라 디지털 언어의 표준화와 언어 데이터 피드백 루프, AI 편향성 등 새로운 사회적·윤리적 쟁점도 제기되는 양상이다. 국내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가 AI 언어교육 및 디지털 리터러시 정책을 예고하며, 관련 규제와 윤리 가이드라인 마련에도 속도를 내는 추세다.

 

연구를 이끈 톰 유젝 플로리다주립대 전산언어학 교수는 “오늘날의 언어가 내일의 AI 훈련 데이터가 되고, 모레는 다시 AI가 산출하는 언어로 사람에게 되돌아온다”며, “이 같은 순환 구조는 AI와 인간 언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신시대의 도래를 보여주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AI가 인간 언어의 변화 양상에 얼마나 깊게 작용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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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플로리다주립대#ai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