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북 평화 어귀에서 손 내밀다”…북러 그림자 속 북한 접촉 난망→국제 정세 요동
한국과 미국이 다시금 대화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민간단체에 대북전단 살포 활동 자제를 요청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중단한 데 이어,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려는 시도까지 등장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7주년을 앞둔 시점, 양국의 대북 교감 노력은 평화의 실마리처럼 조심스럽게 언론과 외교가에서 새로운 파장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굳게 문을 닫고 있다. 뉴욕 주재 북한 외교관들의 친서 수령 거부, 김정은-트럼프 친분을 인정하면서도 공식 채널의 복원을 미루는 기류 등은, 현재로서는 미국과 한국의 손길에 응답할 마음이 없음을 드러낸다. 학계에서는 이미 물밑에서 협상 신호는 오가고 있다고 해석하며, 북한이 대화 조건으로 연합훈련 중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차단 등 구체적 조치를 거론한 데 주목하고 있다.

대남 관계에서도 경계심은 여전하다.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남북 철도와 도로를 잇달아 폭파하고, 남측을 향한 군사적, 상징적 단절을 선언한 이후 북한은 사실상 냉각기를 지속 중이다. 12일 북한이 대남 소음 방송을 멈추었지만, 이는 상호 조치의 연장으로 읽힐 뿐, 관계 개선의 싹으로 보기에 신호가 미약하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북한의 이런 강경한 태도 뒤에는 무엇보다 북러 밀착이라는 새 현실이 자리한다. 러시아의 군사 지원과 경제 협력을 등에 업은 북한은 현시점에서 굳이 한미에 손 내밀 이유가 없다는 계산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정세는 변화의 조짐을 낳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본격화되고, 러시아가 서방과 유화 분위기를 내비치면, 북러 결속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총장은 올해 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 협상의 윤곽과 북한 내부의 국방 5개년 계획이 맞물릴 때, 김정은이 노동당 대회에서 경제 발전과 대외 협력 변곡점을 선언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한미의 담대한 손짓과 국제 질서의 변화, 북한의 응답이 만나는 미래의 어귀에서, 한반도 정세는 다시 한 번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국면, 그리고 북한의 대외 메시지 변화 추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 정책과 대화 전략을 세심하게 조율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