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소명·증거인멸 우려”…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 구속영장 청구, 채상병 사망 사건 파장 확산
채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책임공방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적 긴장감이 가중되고 있다. 수해 현장 작전 지휘에서 안전장비 미지급과 무리한 지시가 쟁점이 된 가운데, 이날 특검팀은 구속 사유로 증거인멸 및 혐의 소명을 분명히 했다.
특별검사팀은 21일 임성근 전 사단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와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진규 전 해병대 11포병대장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됐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범행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 상태에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임성근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상병의 상급 부대장으로,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무리한 수색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복구 작전의 통제권이 육군에 이관됐음에도, 임 전 사단장이 구체적인 지휘를 지속하는 등 임의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했다는 점도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기존 해병대 수사단이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로 적시한 사실과,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에서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뒤 혐의자에서 제외된 과정이 논란의 시작점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특검 출석 당시 “사단장으로서 책임은 통감하지만, 작전통제권이 없었으니 법적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으나, 특검팀은 군형법상 명령 위반 등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80여 명의 장병과 지휘관을 조사하는 등 현장 및 진술 확보에 주력해 왔다. 이 과정에서 임 전 사단장이 부하들의 진술을 회유하거나 수사에 방해를 가한 정황이 드러났고, 최근까지도 증거인멸 및 진술 오염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졌다. 또 임 전 사단장이 특검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제출한 뒤 비밀번호를 밝히지 않다가, 영장 청구 가능성이 언론에 보도되자 뒤늦게 비밀번호를 제공하는 등 수사 협조 태도 역시 영장 청구 사유 중 하나로 꼽혔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암호만으로는 바로 접근할 수는 없지만, 임 전 사단장이 신병확보 가능성이 제기된 직후 급히 수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이르면 이번 주 후반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사단장은 현재 미체포 피의자 신분이다. 한편, 23일로 소환이 통보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 선임을 마치고 “구치소 방문 조사를 원한다”는 의사를 특검에 전달했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출석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절차 진행 방침을 밝혔다.
이날 정치권은 채상병 순직과 관련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별검사팀의 추가 수사 방향과 구속영장 심사 결과는 향후 정국의 민감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