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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흐르는 폭포와 평화전망대”…철원, 자연과 역사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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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아래 흐르는 폭포와 평화전망대”…철원, 자연과 역사가 만난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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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무더운 여름, 구름이 드리운 철원에는 시원한 물소리와 오래된 역사의 기운을 찾아 나서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한여름의 폭염’ 하면 실내 피서가 먼저 떠올랐지만, 이제는 청정한 공기와 자연 속에 머무는 시간이 일상이 됐다.

 

오늘 철원은 낮 기온 31.2도, 체감온도는 31.8도로 꽤 덥지만, 습도는 61%로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모두 ‘좋음’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주변 풍경과 상쾌한 대기 덕분에 현지인들뿐 아니라 여름철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의 발걸음도 가볍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고석정 국민관광지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고석정 국민관광지

첫 번째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은 삼부연폭포다. 세 개의 깊은 못을 품은 폭포는 거세게 내리치는 물줄기 소리로 더위도, 번잡한 일상도 잊게 만든다. 폭포 주변의 울창한 숲은 한낮에도 촘촘한 그늘을 드리우고, 가까이 다가서면 얼굴에 스치는 물보라가 온몸을 상쾌하게 한다는 후기가 많다. “직접 서 있으니 도시의 열기가 씻겨 내려간 듯했다”고 여행객들은 고백했다.

 

이런 변화는 철원을 찾는 이들의 동선에서도 드러난다. 한탄강 기암절벽과 절경이 어우러진 고석정은 산책로와 전망대가 잘 정비돼 있어, 혼자서 혹은 가족과 함께 여유를 만끽하기 좋은 명소가 됐다. 구름이 흩날리는 풍경에선 절벽 위 푸른 물길과 하늘이 맞닿아 인생 사진이 탄생한다. “임꺽정의 전설이 깃든 이곳엔 자연의 멋과 옛 이야기가 공존한다”며 현지 가이드는 표현했다.

 

철원평화전망대와 노동당사는 여행 코스의 또 다른 축이다. 평화전망대에서는 분단된 한반도의 현장을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맑은 날이면 저 멀리 북녘 땅과 산줄기까지 보인다고 한다. 노동당사에 남은 전쟁 흔적, 군데군데 파인 총탄 자국과 거칠게 부서진 건물 벽은 “그저 박물관이 아니라, 눈앞에서 살아 숨 쉬는 역사 같다”는 여행객의 말처럼 깊은 울림을 준다.

 

최근에는 제2땅굴을 직접 체험하려는 가족 단위 탐방객도 늘었다. 안전모를 쓰고 걸어 들어가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불과 몇 미터 앞이 군사분계선이라는 사실이 주는 긴장감과 지금의 평화로운 산야가 동시에 와닿는 경험이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SNS에는 “청정한 공기 덕에 숨 쉬는 것만으로도 힐링”,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곳이라 가족 여행지로 최고”라는 인증글이 이어지고 있다. “나도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다”는 댓글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여행 칼럼니스트 윤성은 씨는 “철원에서의 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과정”이라고 느꼈다. “땅의 역사와 계곡의 시간은 방문자 모두에게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덧붙였다.

 

철원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야외 박물관이다. 한여름의 더위, 복잡한 생각, 그리고 고단한 하루를 모두 내려놓은 채, 물과 바람과 역사가 함께하는 철원에서 잠시 멈춰 보는 것. 작고 사소한 여행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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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삼부연폭포#고석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