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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전방위 타격…네타냐후의 도박, 이란 정권 뒤흔드나”→중동 운명 어디로
국제

“이스라엘 전방위 타격…네타냐후의 도박, 이란 정권 뒤흔드나”→중동 운명 어디로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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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하늘처럼 불길이 자욱이 번지는 테헤란의 거리 위로, 또 한 번 역사의 소용돌이가 감돌고 있다. 이스라엘이 세찬 숨결을 몰아 전개한 공습은 한 국가의 핵심을 겨냥한 것처럼 보였으나, 그 행로에는 훨씬 더 깊은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그리고 둘의 충돌이 몰고 올 중동의 미래는 검은 연기 너머로 모호한 실루엣을 드리웠다.  

 

이달 들어 이스라엘은 핵시설 타격을 넘어 이란의 에너지와 산업, 교통, 민관 시설을 아우르는 정밀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미국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프랑스 르몽드지와의 대담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핵무기 저지가 아니라 정권 제거, 곧 이란 체제의 변혁을 노린 것”임을 직설적으로 밝혔다. 그가 지목한 대로 이스라엘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비롯해 연료 저장소, 공장, 공항, 종교 시설 등 무려 720곳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곳에 타격을 가했다.  

사진은 13일 이란 테헤란에서 공습으로 인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 / 뉴시스
사진은 13일 이란 테헤란에서 공습으로 인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 / 뉴시스

애초 이스라엘의 표적이었던 나탄즈와 이스파한 지하 핵시설, 포르도 우라늄 농축시설은 견고한 방어로 비교적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루이스 소장은 지상에서의 일시적 마비는 있을지언정, 핵심 시설과 핵 과학자들의 존속으로 인해 이란의 핵 야망이 완전히 꺾이지 않았음을 조용한 목소리로 짚었다. “핵 과학자와 기술이 살아 있는 한, 핵 프로그램은 지연일 뿐 사라지지 않는다”는 그의 견해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국제사회와 중동 내부 반응은 찬물과 불꽃만큼이나 상반된다. 가디언 등 외신은 하메네이 정권의 취약함과 민병대 네트워크의 붕괴 가능성에 집중했으나, 미국 오바마 행정부 출신 리처드 네퓨는 “정권 전복을 노린 이 도박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전략은 하메네이와 이란 국민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국민에 “사악한 정권에 맞서 일어서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내부 분열을 꾀했고, 이스라엘 국방장관 역시 “하메네이는 국민을 인질 삼았다”고 단언했다.  

 

이번 사태의 정치적 배경에는 네타냐후 총리의 입지 강화라는 해석이 깔린다. 가자전쟁과 국제적 고립, 핵협상 시한 종료를 맞물려 과감한 공격을 단행한 것이란 시각은 더욱이 논란의 불씨를 키운다. 동시에 이스라엘이 ‘일어서는 사자’라는 작전명을 택한 데에는 이란 혁명 전 왕조 시절과 친서방 노선을 명확히 되살리려는, 역사적 상징까지도 스며든다.  

 

하지만, 실제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지, 아니면 이란이 오히려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의 길로 들어설지는 아직 계측할 수 없는 안개 속이다. 이번 중동의 소용돌이는 역사의 방향타를 어디로 돌릴 것인가. 아직 누구도 그 끝자락을 함부로 예단할 수 없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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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네타냐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