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로 어지럼증 원인 추적”…인천나누리, 뇌질환 조기 진단 강조
어지럼증을 뇌 영상과 전정기능 검사를 통해 세분화해 진단하려는 시도가 강화되고 있다. 인천나누리병원 뇌신경센터는 최근 어지럼증 환자 증가 추세 속에서 말초성 어지럼증과 뇌졸중 등 중추성 어지럼증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치료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반복되거나 장시간 지속되는 어지럼증을 단순 피로나 빈혈로 여길 경우 심각한 뇌 질환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 의료계에서 재차 부각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어지럼증은 전 국민의 약 30%가 겪을 만큼 흔한 증상이지만, 귀 속 전정기관 이상으로 발생하는 말초성 어지럼증과 뇌혈관·뇌조직 이상으로 인한 중추성 어지럼증으로 나뉘어 접근법이 크게 달라진다. 말초성 어지럼증은 대개 시간이 지나며 호전되는 경향을 보지만, 중추성 어지럼증은 뇌졸중, 뇌출혈, 소뇌 병변 등과 연결돼 조기 진단 실패 시 영구적인 장애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말초성 어지럼증의 대표 질환인 이석증은 귀 속 평형기관인 세반고리관과 이석기관의 미세한 결석이 제자리에서 벗어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리 위치를 바꾸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 짧고 강한 회전성 어지럼을 느끼지만, 수 분 내 가라앉고 재발하더라도 특정 체위 교정술로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다. 전정신경염은 바이러스 감염 또는 염증으로 전정신경이 손상될 때 나타나며, 수 시간 이상 지속되는 심한 어지럼과 구토를 유발해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귀 속 내림프액의 압력 이상으로 발생하는 메니에르병도 말초성 어지럼증 범주에 속한다. 이 질환은 어지럼과 함께 이명, 귀 먹먹함, 난청이 동반되며 반복 발작 양상을 보는데, 발작 간에는 비교적 정상에 가깝게 회복되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말초성 어지럼증은 대개 청각 증상이나 머리 움직임과의 연관성이 두드러져 임상 진찰로도 어느 정도 감별이 가능하다.
반면 중추성 어지럼증은 뇌의 혈류 장애나 구조적 이상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뇌경색, 뇌간경색 같은 뇌졸중은 보행 불안, 한쪽 팔다리의 힘 빠짐, 언어장애, 시야 흐림과 같은 신경학적 징후를 동반하며, 어지럼증 양상도 말초성에 비해 갑작스럽고 조절이 어렵다. 증상이 수일 이상 계속되거나 점차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차이점이다. 중추성 병변은 시간이 약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조기 영상검사가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이민영 인천나누리병원 뇌신경센터 과장은 어지럼증을 단일 질환이 아닌 증상 군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어지럼증이 반복되거나 구음장애, 복시, 팔다리 저림과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될 경우 말초성 원인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뇌졸중 등 중추성 질환을 우선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심방세동 등 혈관 위험인자를 가진 중장년층에서는 비교적 경미한 어지럼이라도 뇌혈관 이상을 확인해볼 가치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밀 진단 도구로는 뇌 MRI가 중심에 서고 있다. MRI는 뇌조직과 뇌혈관 상태를 고해상도로 보여줘 초기 뇌경색, 미세 출혈, 종양 등 CT에서 놓치기 쉬운 병변까지 찾아내는 데 유리하다고 평가된다. 의심되는 부위에 따라 확산강조영상, 혈관조영, 기능영상 등 세부 시퀀스를 조합하면 어지럼을 유발하는 소뇌와 뇌간 부위 병변을 보다 면밀히 파악할 수 있다. 의료기관들은 응급실·외래 단계부터 어지럼증 전용 프로토콜을 적용해 검사 대기 시간을 줄이고, 영상 분석 정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추세다.
말초성 어지럼증 감별에는 전정기능 검사가 활용된다. 안구의 미세한 움직임을 비디오 고글로 촬영해 눈떨림 패턴을 분석하는 비디오 안진 검사는 전정기관과 전정신경의 기능 상태를 수치화해 보여준다. 머리 회전 시 반사적으로 눈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전정 안구반사를 측정하는 검사도 포함된다. 검사 결과에 따라 이석증, 전정신경염, 양측 전정기능 저하 등 질환 스펙트럼을 세분화할 수 있어 재활전정운동 처방과 약물 선택을 정밀하게 조정하는 데 기여한다.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기립성 어지럼증도 간과할 수 없는 영역이다. 누운 자세에서 갑자기 일어설 때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변하면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부족해 시야가 흐려지고 쓰러질 듯한 느낌이 동반된다. 자율신경검사는 체위 변화에 따른 혈압과 심박수 변화를 연속 측정해 이런 현상을 정량적으로 평가한다.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 파킨슨병, 일부 약물 부작용 등 전신 질환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자 입장에서는 어지럼증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넘기기 쉽지만, 횟수가 늘거나 48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 전문의 진료를 통해 말초성·중추성 여부를 가르는 것이 안전하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특히 두통, 언어장애, 팔다리 저림이나 마비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심뇌혈관 응급질환 가능성이 높아 지체 없이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 공통된 견해다.
국내외 의료기관들은 어지럼증을 단순 증상 관리에서 벗어나, 영상의학, 신경과,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가 참여하는 다학제 정밀 진단 영역으로 확장하는 흐름을 보인다. 뇌 MRI, 전정기능 검사, 자율신경검사 등 정밀 검사를 조기에 적용해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필요 시 재활전정훈련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통합 케어 모델이 자리 잡는 추세다.
이민영 과장은 어지럼증이 신체 균형 시스템의 이상을 알리는 경고 신호일 수 있다며, 조기에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 치료를 시작하면 대부분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정밀 영상과 기능검사 기술의 고도화가 어지럼증 진단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