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별세에 밀려드는 회한”…50년 연기, 우울의 그늘→대중의 눈물
따뜻한 미소 속에 단단한 굳은살을 감춘 한 배우의 표정은 언제나 눈빛 하나로 무게감을 더했다. 오랜 세월 무대를 지켜온 최정우가 영원한 이별을 남기며, 마치 이별이란 단어마저 무거워지는 순간을 맞았다.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그의 연기 인생은 가슴 깊은 파장으로 남았다.
1975년 연극 ‘어느 배우의 생애’에서 첫 발을 내딛은 이후 ‘신의 퀴즈’, ‘주군의 태양’, ‘바람의 화원’을 비롯해 충무로와 브라운관을 넘나든 활약은 오랜 시간 대중문화계의 중심을 견고하게 지켰다. 장규태 센터장으로 분했던 ‘신의 퀴즈’에서 그는 후배 한진우를 품고 이끌던 깊은 울림의 아버지상으로, 또 수많은 작품에서 재벌 회장과 검사, 경찰 간부 등 묵직한 존재감을 남겼다. 주인공 곁에서 드러내는 잔잔한 단단함, 조연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준 대표적인 배우였다.

1990년대 ‘연극계 황태자’로 불렸던 그는 돌연 미국으로 떠나는 선택을 했지만, 복귀 후 더 깊어진 연기로 진면목을 드러냈다. 2000년대 들어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본격적인 중년의 연기 인생을 펼쳤고 ‘친절한 금자씨’, ‘추격자’, ‘의형제’ 등 굵직한 영화에서 굳건한 축을 담당했다. 그의 연기는 언제나 화려하기보다는 든든하게 중심을 잡았고, 보는 이들에게 편안함과 신뢰를 선물했다.
뜻하지 않은 그의 부고 소식이 전해지자 연예계는 충격 속에 애도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동료 배우와 제작진들은 현장에서 늘 묵묵히 후배를 돌보고 열정적으로 연기에 임한 그를 그리워했다. 네티즌들 역시 “든든한 배우였기에 더욱 안타깝다”는 말과 함께 지난 50년, 수많은 배역과 작품을 돌이키며 추억에 잠겼다.
화려한 커튼콜 뒤에는 늘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 있었다. 그는 오랜 시간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았지만 끝까지 마지막 무대 위에서 자신을 불태웠다.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이한 그는, 생전 마지막 작품인 왓챠 오리지널 ‘비밀 사이’를 통해 깊이 있는 연기를 남겼다. 그의 흔적은 앞으로도 수많은 작품 속에서 살아 숨 쉴 것이다.
빈소는 김포 우리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9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